미국 경제가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경기침체(recession)가 임박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 전반을 대표하는 국내총생산(GDP)이 분기 기준으로 감소한 것은 2022년 이후 처음이다. 공식적인 경기침체 여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지만, 주요 경제 지표가 추가로 악화될 경우 침체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미국 경기 사이클을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한 분기의 성장률 하락만으로는 경기침체 선언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NBER은 “경기침체는 경제 전반에 걸쳐 경제활동이 현저히 둔화되고, 그 상태가 수개월 이상 지속될 때 발생한다”고 정의한다. 통상 경기침체는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야 한다는 통념도 있으나, 현재는 이러한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1분기 GDP 수치는 시장에 충격을 줬다. 연초만 해도 미국 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확장 국면에 있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정책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가 전격 발표한 관세 인상 조치들은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었고, 이로 인해 소비자 신뢰 지수가 급락하는 동시에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 또한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불확실한 무역 정책에 대한 우려로 신규 설비 투자나 인력 충원 계획을 보류하고 있다. 데이비드 러셀 트레이드스테이션 시장전략 글로벌 총괄은 "현재의 수치들은 경기침체 초입을 암시하며, 소비 이외의 대부분 경제 부문이 위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이 주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소비 지출 만큼은 여전히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3월 소매판매는 예상치를 웃돌며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자동차 등 고가 소비재 중심으로 구입이 몰리면서 내수가 경제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제프리 로치 LPL 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소비의 강도만 놓고 보면 경기침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 리스크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데 전문가들 다수는 공감하고 있다. 최근 경기 예측 기관들은 1년 내 침체 확률을 상향 조정하고 있으며, 오는 금요일 발표될 고용지표는 미국 경제 전반의 회복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 공식적인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미국 경제는 무역 불확실성과 수요 불균형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제도가 정의하는 침체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실제 체감경기는 이미 후퇴 국면에 진입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