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휴전이 이뤄지면서 경기 침체 우려는 다소 완화됐지만,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금융시장의 해석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기업과 투자자들은 이번 합의로 인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남아 있는 관세 압력과 고율의 수입세가 경기 흐름을 둔화시키며 연내 금리 인하 필요성을 다시 부각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애초 시장 참가자들은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수입물가 급등과 고용 악화 가능성을 우려하며 연준이 여름부터 연방기금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주요 관세가 철회된 상황에서 경기의 급격한 둔화를 막을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면서 금리 인하 시점은 후퇴하거나 아예 연내 금리 동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수석 미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마크 지아논니는 보고서를 통해 “노동시장이 눈에 띌 정도로 악화되지 않는 한 연준이 금리를 조정할 가능성은 낮다”며 연말까지는 현재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해 말까지 미국의 실업률이 4.3%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둔화 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30%의 대중 고율관세가 남아 있는 점도 시장의 부담 요인이다. 미 정부는 기본 협상 관세율로 최소 10%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몇 개월간 소비자 물가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라자드의 수석 시장 전략가 로널드 템플은 “현재 인플레이션 흐름만 보더라도 금리 인하가 쉽게 단행되긴 어렵다”고 언급했다.
반면 일각에선 이번 무역 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은 불확실성이 기업의 고용과 투자 결정을 위축시킬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연준이 sooner-rather-than-later 접근을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팬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사무엘 톰브스는 “미국의 평균 수입관세율이 지난해 말 3%에서 현재 16%로 급등한 상황”이라며, “이처럼 일관성 없는 무역 정책은 경제 주체들의 의사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무역 전선의 긴장 완화는 물가 상승 우려를 일부 상쇄할 수 있는 요소”라며,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올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시장에선 여전히 연내 최소 한 차례 금리 인하를 반영하고 있는 분위기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오는 12월까지 연준이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은 7%에 불과하며, 26%는 한 차례, 38%는 두 차례, 29%는 세 차례 이상 인하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 시장과 전문가들의 시각이 계속해 엇갈리는 가운데, 연준은 인플레이션 추세와 노동시장 지표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점진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