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국내 제조업 부활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인접 국가인 멕시코가 실질적인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내 '리쇼어링'이 일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니어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이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멕시코는 지리적 이점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수혜로 생산기지 이전의 주요 목적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됐다.
이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 주도의 무역 관세가 재개되거나 확대될 경우, 제조업 일부는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생산비용과 공급망 다변화를 고려한 기업들은 미국보다는 멕시코, 베트남, 인도 등 우호적 국가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 경고한다. BofA 소속 애널리스트 5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40%는 관세에 따른 리쇼어링이 제한적이고 특정 산업군에 국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멕시코를 비롯한 근접 국가들이 전반적인 제조 수요 이전의 최대 수혜자로 부상할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국 내 리쇼어링도 일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5년간 약 20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그 중 절반 이상이 최근 5년 동안 증가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등도 이러한 트렌드를 가속화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실제로 미국 제조업 고용 비중은 여전히 전체 노동시장의 8%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1980년대 30%에 달했던 수치에 비하면 크게 감소한 것이다.
더불어 제조업 내 자동화 확산은 추가 고용 창출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신설되는 생산 라인 대부분이 전자동화 기술에 의존하고 있어 인력 수요보다는 기술투자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배터리, 전자제품, 항공 및 자동차 산업에서의 리쇼어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에 따른 대규모 신규 고용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반면 노동집약적 산업 분야에서는 근접 국가로의 이전이 더욱 활발할 전망이다. BofA는 멕시코가 지리적으로 미국과 가깝고, USMCA를 통해 무역 장벽을 낮추고 있어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운송, 식음료, 외식업, 주택 건설 분야에서 멕시코는 명백한 공급기지 이전의 수혜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베트남, 태국, 인도 역시 미국이 신뢰하는 국가라는 점에서 '프렌드쇼어링' 전략의 일환으로 생산기지가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는 미국의 장기 전략을 고려할 때 이러한 우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은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가 자국 산업 기반 강화로 이어지기보다는, 미국과 가까운 국가 또는 정치·경제적으로 긴밀한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새로운 경제 기회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관세를 통한 리쇼어링이 기대만큼 고용을 늘리지 못할 경우, 이러한 공급망 전환의 효율성에 대한 재평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