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그는 의회에 출석해 "현 시점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필요는 없으며, 경제 상황과 특히 소비자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는 연준의 반기 통화정책 보고서를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상황 속에서 통화당국과 백악관의 긴장감도 고조됐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못박으며 연준의 독립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SNS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잡혔는데도 금리를 낮추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고 연준을 비판한 바 있다.
연준은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동결한 상태다. 이에 대해 파월은 "대유행 이후 남은 인플레이션의 흔적을 완전히 진화시키기 위해 고금리 기조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과 관세 강화가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동결 결정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그는 "관세의 경제적 영향은 아직 결론 내릴 수 없는 상황이며, 특히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연준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나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와 미셸 보우먼 이사는 각각 7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파월 의장과는 온도 차를 드러냈다. 그러나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실질적으로 완화된다는 더 분명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성급하게 움직일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무역정책과 관련된 관세도 여전히 경제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7월 9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시한으로 설정한 날로, 교역 상대국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이중자릿수 ‘보복 관세’ 부과가 예고됐다. 파월은 "관세의 최종 수준뿐 아니라 지속 기간에 따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 같은 불확실성이 투자와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데이비드 러셀 전략본부장은 "파월 의장은 지금 행정부의 정책 결과를 고스란히 시장과 경제에 환기시키며 사실상 공을 다시 백악관에 넘긴 셈"이라며, "연준이 금리를 못 내리는 주요 원인이 현 정부의 무역정책에 있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파월은 인플레이션의 심리적 요인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사람들이 물가 상승을 확신하면, 그 기대가 다시 물가에 반영돼 실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대인플레이션 통제를 정책의 핵심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결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지는 향후 물가추이와 고용지표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파월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억제된다는 확실한 근거가 생기면 금리 인하도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경제 체력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