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연이어 공세를 퍼붓고 있다. 그간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서 비롯된 갈등은 이번엔 중앙은행 본부 리모델링 예산 문제로까지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화스러운 공사”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백악관은 파월 의장에게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며 외부자금 감시 논란을 재점화했다.
러스 보트 예산관리국 국장은 최근 파월 의장宛 서한을 통해 연준 본부의 리노베이션 사업이 당초 예산보다 7억 달러(약 1조 800억 원) 이상 초과됐다고 지적했다. 문제 삼은 항목에는 옥상정원, VIP 전용 식당, 심지어 벌통까지 포함됐다. 이러한 항목들이 한때 설계안에 포함됐으나 현재는 제외됐다는 파월 의장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보트 국장은 사업 변경 내역이 공식 승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재조사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내각 회의에서 “상원에 거짓 증언을 했다면 파월은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발언하며 사태에 불을 지폈다. 한편 파월 의장은 연준의 통화정책은 정치가 아닌 경제 지표에 근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이후 기준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줄곧 요구해온 금리 인하와는 상반된다.
연준 정책 위원회는 물가 안정과 고용 극대화를 위해 금리를 조정하는 기관이다. 최근 물가 상승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자간 관세를 무차별적으로 도입하는 가운데 연준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낮은 기준금리가 국가부채 이자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자칫 경기 과열로 소비자물가 상승이 촉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번 대립은 연준 독립성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은 연준 의장을 임명할 수 있지만 정책 결정에는 개입할 수 없다는 미국 통화체계의 불문율이 재차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현재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까지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 인사 추진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으나 연준 압박 수위를 지속적으로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