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후퇴와 인공지능(AI) 수요의 급증이 인프라 투자 시장에 새로운 기회를 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에너지 설비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은 9월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블룸버그 필란트로피스 글로벌 포럼’에서 제기됐다. 이 자리에는 인프라 분야 대형 자산운용사인 매쿼리그룹과 브룩필드 자산운용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해, 각국이 자국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과 AI 기술 확산이 인프라 수요를 어떻게 견인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셰마라 위크라마나야케 매쿼리그룹 CEO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위험 요인이 경제 블록화와 자립형 성장전략을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지역이 에너지뿐 아니라 국방까지 자국에서 해결하려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인프라 투자자에게 실질적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은 에너지 공급 다변화를 추진 중이며, 아시아 여러 국가들도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인프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AI 수요 확대에 따른 전력 공급 문제도 큰 변화의 동력이 되고 있다. 브루스 플랫 브룩필드 자산운용 CEO는 AI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전력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장애물은 반도체도, AI 모델도 아닌 전력과 데이터센터”라며, 향후 필요한 투자 규모를 최소 5조 달러에서 많게는 1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규모로, 에너지 및 IT 인프라 투자가 한층 가속화할 가능성을 뜻한다.
이번 포럼에서 지목된 두 회사는 인프라 자산운용 부문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매쿼리그룹은 약 6천억 달러(한화 약 840조원)를 운용 중이고, 이 중 상당액이 에너지나 인프라 관련 자산에 집중돼 있다. 브룩필드는 현재 2천220억 달러(약 310조원) 규모의 인프라 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다양한 대체에너지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 중이다.
AI 기술 발전과 세계 경제의 지역화라는 조류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향후 수년간 글로벌 인프라 투자 시장은 제2의 성장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력 수요 대응, 데이터센터 증설, 재생에너지 전환 등의 분야에서 막대한 자금 유입이 예상되며, 이는 새로운 투자 지형을 형성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