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태양광 발전업체인 파인게이트 리뉴어블스가 최근 파산 보호 절차에 들어가면서, 미국 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에 또다시 위기 신호가 켜졌다. 세액공제 축소와 복잡한 인허가 절차 같은 정책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파인게이트 리뉴어블스는 11월 6일(현지시간) 미 텍사스 주 법원에 파산보호(챕터 11)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미국 전역에서 100개가 넘는 태양광 발전 시설을 운영해 연간 2기가와트(G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해왔다. 회사 측이 법원에 제출한 자산과 부채 규모는 각각 약 10억에서 100억달러(한화 약 1조4천억~14조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설립 이후 파인게이트는 70억달러 이상을 조달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왔지만, 최근 들어 정부 정책 변경이 결정적 타격을 입혔다. 특히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제공되던 세액공제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된 법안이 올해 7월 발효되면서, 파인게이트를 비롯한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Law)’로 알려진 해당 입법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재생에너지 지원을 ‘녹색 사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 같은 기조가 입법화되면서, 재생에너지를 추진하던 기업들은 정부의 신뢰 상실과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게 됐다. 여기에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인허가 절차까지 겹쳐 신규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하락하면서 파인게이트 같은 중소형 발전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파인게이트는 공식 성명을 통해 주요 자산과 민간발전사업자(IPP) 플랫폼 등을 대출 기관들이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 시점에서 추가적인 사업 유지나 회생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이번 파산 사례는 향후 미국의 재생에너지 산업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리는 산업 구조 속에서, 다른 업체들도 유사한 재정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연방 정부의 정책 기조가 지속적으로 강화되지 않으면, 환경 목표 달성 또한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