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에서 차량 수리와 부품 교체, 렌터카 이용 등에 쓰이는 물적 담보 지급보험금이 최근 5년 사이 30% 가까이 늘면서 올해는 전체 시장 기준 1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사고 건수 증가폭은 크지 않은데도 지급보험금이 빠르게 불어난 만큼,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단순한 정비비 상승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누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19일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대형 4개 손해보험사의 집계를 보면, 지난해 물적 담보 지급보험금은 8조1천932억원으로 2020년 6조3천546억원보다 28.9% 증가했다. 이들 4개사의 시장점유율이 약 85%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물적 담보 지급보험금은 약 9조5천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같은 기간 전손과 수리 등을 포함한 물적 사고 처리 건수는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보험료가 4년 연속 내려간 데다 정비공임과 건강보험 급여 수가 인상 같은 비용 상승 요인이 있었다고 해도, 보험금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세부 항목을 보면 부품비 부담이 가장 두드러졌다. 대형 4개사 기준 물적 담보 지급보험금에서 부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3.3%로 가장 컸고, 최근 5년간 증가율도 42.9%로 가장 높았다. 업계에서는 방청제 같은 소모성 자재를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책정하거나 사용량을 실제보다 많이 잡는 식의 과잉청구가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수리비 비중은 39.8%였고 5년 새 22.7% 늘었다. 사고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부위까지 함께 수리한 뒤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 견인업체·정비업체·렌터카 업체 사이에서 불법 리베이트가 오가는 경우, 같은 차종과 같은 작업인데도 직영사업소와 일반 정비업체의 청구 금액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도 문제로 지적된다.
렌터카 대차료는 비중이 8.3%로 상대적으로 작지만, 최근 5년간 30.6% 늘어 증가세가 만만치 않았다. 사고 피해자에게 현금성 교통비보다 렌터카 이용을 권하는 영업 관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누수는 결국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중 사고 보상으로 나간 돈의 비율을 뜻하는데, 통상 80% 안팎이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3년 80.7%, 2024년 83.8%, 2025년 87.5%로 계속 상승했다. 자동차보험은 코로나19 시기 차량 운행 감소로 흑자를 냈지만, 2024년 97억원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7천8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보험료가 5년 만에 1.3~1.4% 올랐는데도 손해율이 전년 동기보다 3.0%포인트 상승한 점은 수익성 악화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인적 담보뿐 아니라 물적 담보 제도도 손봐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일부 기관이나 업체가 보험금을 허위 또는 과다 청구해도 제재가 약하고, 보험사의 손해사정 기능도 이를 충분히 걸러내지 못하면 과다 지급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물적 담보가 발생손해액과 사고 심도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며 제도 개선 검토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업계에서는 수리비 과장 청구와 렌터카 과잉 영업에 대한 당국 점검을 강화하고, 손해사정의 전문성과 검증 체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보험료 인상 압박과 상품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소비자 부담을 줄이려면 물적 담보 전반의 청구·심사 구조를 정교하게 손질하는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