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법원에 접수된 신규 부동산 경매 신청 건수가 3만541건으로 늘면서, 동기 기준으로 2013년 1분기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고금리와 경기 부진,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한 사례가 누적됐고, 그 부담이 주택과 상가, 공장 등 여러 부동산 유형의 경매 증가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27일 법원 경매정보 통계와 법무법인 명도에 따르면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신규 경매 신청은 채권자가 돈을 회수하기 위해 법원에 담보 부동산 처분을 요청한 건수를 뜻하는데, 이미 유찰된 물건이 쌓여 있는 진행 건수보다 최근 자금 사정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진다. 연간 기준으로도 2023년 10만1천145건, 2024년 11만9천312건, 2025년 12만1천261건으로 증가해, 지난해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09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경기 둔화에 더해 2021년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급격한 금리 인상의 후유증이 시차를 두고 본격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거시설에서는 특히 비아파트 부문의 충격이 두드러진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주거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10만8천742건으로, 금리 인상 효과가 본격화하기 전인 2021년의 4만8천280건과 비교하면 두 배를 훌쩍 넘었다. 올해도 1월부터 4월 말까지 진행 건수가 4만2천19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2천132건보다 1만 건 이상 많다. 4월 한 달만 보면 주거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1만2천426건으로 2006년 12월 이후 19년4개월 만에 최대였고, 이 가운데 연립·다세대, 이른바 빌라 등 비아파트가 8천973건으로 72.2%를 차지했다. 전세사기 여파와 임대사업자 보증 축소,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비아파트 시장의 자금 경색이 더 심해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반면 아파트는 4월 진행 건수 비중이 27.8%(3천453건)에 머물렀고, 일부 선호 지역에서는 여전히 높은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이어져 시장 내 온도 차도 확인된다.
상업·업무시설과 공업시설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상업·업무시설 경매 진행 건수는 지난해 7만92건으로 전년 4만9천60건보다 43% 늘었고, 올해 4월에는 8천252건까지 불어나 경매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금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코로나19 이후 소비가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오프라인 상가의 공실이 늘고 수익성은 떨어진 영향이 크다. 특히 상가는 낙찰률이 10∼20%대에 그쳐 한 번 나온 물건이 쉽게 소화되지 못하고 계속 쌓이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지지옥션 이주현 전문위원은 최근 상가 경매 급증이 자영업자 폐업 증가와 핵심 상권의 공실 확대 흐름과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대형 테마상가 내 구분상가 비중이 컸다면, 최근에는 강남권 꼬마빌딩 같은 수익형 부동산까지 경매로 넘어오고 유찰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꼬마빌딩은 감정가 97억8천800여만원에 경매가 시작됐지만 두 차례 유찰돼 최저가가 62억6천만원으로 낮아졌고, 강남구 신사동의 한 건물도 감정가 445억원에서 두 번 유찰된 뒤 다음 달 감정가의 64%인 285억원 수준에서 세 번째 입찰을 앞두고 있다. 공장 등 공업시설 경매 진행 건수도 이달 1천222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해 산업 현장의 자금 사정 악화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뚜렷한 경기 회복 신호가 아직 없고, 금리 인하 속도도 기대보다 더딘 만큼 경매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국 법원도 늘어난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올해 경매계를 지난해보다 약 100개 많은 413개로 확대했다. 법무법인 명도 강은현 경매연구소장은 올해도 초반부터 신규 물건이 빠르게 쏟아지고 있어 연간 신규 경매 건수가 지난해 12만 건을 넘어 2009년 수준에 근접할 수 있다고 봤다. 동시에 시장 전체가 함께 움직이기보다 일부 인기 아파트에만 수요가 몰리고 나머지 자산은 매수세가 약한, 이른바 초양극화가 더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금리와 경기 회복 속도, 자영업과 비아파트 시장의 안정 여부에 따라 부동산 시장 전반의 체력 차이를 더 분명하게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