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과 셰브런 등 미국 주요 석유업체들은 국제유가 급등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2026년 1분기 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은 올랐지만, 실제 기업 실적은 생산 차질과 운송 혼란, 위험회피 거래 비용이 겹치면서 오히려 압박을 받은 것이다.
엑손모빌은 1일(현지시간) 실적 보고서에서 1분기 순이익이 41억8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감소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셰브런도 같은 기간 순이익이 22억1천만달러로 37% 줄었다. 다만 두 회사의 실적 악화 폭은 월가가 앞서 예상한 비관적인 전망보다는 다소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번 실적 부진의 가장 큰 배경은 미·이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진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가스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통로인데, 이곳의 흐름이 막히면 단순히 가격만 뛰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 선적, 인도 일정 전반이 흔들리게 된다. 엑손모빌은 중동 지역 시설의 생산량 감소가 직접적인 타격이 됐고,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는 CNBC 인터뷰에서 회사 전체 생산량의 약 15%가 이번 전쟁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을 더 끌어내린 것은 공급 차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손실이다. 엑손모빌은 원유 수송 경로와 물량을 다시 짜는 과정에서 금융 헤지, 즉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한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활용했는데, 이 과정에서 약 40억달러 규모의 손실이 1분기 실적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 손실이 확정 손실이라기보다는 운송 일정이 꼬인 데 따른 회계상 부담의 성격이 크며, 원유가 최종 목적지에 인도되면 2분기에는 일부가 이익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즈 최고경영자는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원유 수송 흐름이 정상화되는 데 최대 2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셰브런의 마이크 워스 최고경영자도 CNBC에 출연해 세계 에너지 시스템이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셰브런은 경쟁사와 비교하면 중동 지역 생산 차질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실적은 국제유가 상승이 곧바로 석유기업의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급망이 흔들리고 지정학적 위험이 길어질수록 생산기업은 높은 가격의 수혜보다 운영 차질의 부담을 더 크게 떠안을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전쟁 장기화 여부와 호르무즈 해협 운항 정상화 속도에 따라 2분기 실적과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을 계속 키울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