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데마 피게(AP)가 스와치와 협업을 발표하면서 고급 시계가 크립토 부유층의 ‘성공 상징’으로 기능해온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 13일 프로토스에 따르면 이번 ‘로열 팝’ 협업은 희소성과 배타성을 앞세워온 AP의 브랜드 가치를 흔드는 ‘역풍’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로열 오크’ 상징성에 균열
이번 협업은 AP의 대표작 ‘로열 오크’를 스와치식으로 재해석한 제품군으로, 오는 16일 플라스틱 소재 모델이 약 500달러에 출시된다. 하지만 기존 로열 오크가 3만달러를 훌쩍 넘는 가격에 거래됐고, 희귀 모델인 15202ST는 중고시장에서 6자리 수까지 치솟았던 점을 감안하면, 기존 소유자들에겐 브랜드 희소성이 낮아지는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중고시장에서도 힘 잃은 AP
중고 시계 시장 흐름도 AP에 우호적이지 않다. 딜러 데이터에 따르면 로열 오크 15202ST의 평균 거래가는 2016년 2만1800달러에서 2021년 6만9000달러, 2022년에는 10만6000달러 안팎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 크립토 강세장이 꺾이자 가격도 빠르게 식었고, 올해 들어서는 경쟁사 대비 회복력도 떨어졌다. 보로가 인용한 SwissWatchExpo와 Le Watch Buyers 자료에 따르면 AP는 중고가가 3.4% 오르는 데 그친 반면, 파텍 필립은 16%, 롤렉스는 8% 상승했다.
크립토 부호의 ‘과시재’도 흔들
암호화폐 시장에서 성공을 과시하던 상징품으로 쓰이던 AP 시계는 비트코인(BTC)과 주요 알트코인의 급등세가 꺾인 뒤에도 한동안 프리미엄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스와치 협업은 그마저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시계’라는 인상을 더하면서, 크립토 투자자들 사이에서 반발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고급 브랜드와 대중 브랜드의 협업이 어떤 식으로 자산 상징성에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는 해석도 나온다.
브랜드 가치와 시장 가격, 모두 시험대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한 협업 소식을 넘어, 희소성과 상징성이 가격을 떠받치던 럭셔리 시장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크립토 시장에서 ‘성공의 증표’로 소비되던 로열 오크의 위상도 이번 발표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