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형 개발금융 추진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민간 자금을 활용해 개발도상국 지원과 국내 기업의 해외 수주 경쟁력 강화를 함께 노리는 정책 구상이 구체화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허장 2차관 주재로 개발금융자문위원회 제1차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 자문위원회는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한국형 개발금융과 관련해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듣기 위해 신설됐다. 단순히 정부 예산을 집행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민간 재원을 함께 끌어들여 개발 협력의 규모와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개발금융은 민간 자본을 여러 금융 수단과 결합해 개발도상국의 민간 부문 발전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공적개발원조, 즉 오디에이(정부가 세금으로 조성한 재원을 바탕으로 개도국을 지원하는 제도)보다 자금 조달 구조가 다양하고, 대규모 사업에도 대응하기 쉽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는 최근 주요 선진국들이 예산 중심의 원조 방식에서 벗어나 개발금융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며, 국제 개발 협력 환경 변화에 한국도 발맞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는 개발금융이 지원 기간이 길고 위험 감내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특성은 개도국의 초대형 인프라 사업처럼 초기 투자 부담이 크고 사업 회수 기간이 긴 분야에 적합하다. 정부로서는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이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는 데 필요한 금융 지원 기반을 넓힐 수 있다고 기대한다. 자문위원회 참석자들도 국제 개발 협력의 흐름이 바뀌는 만큼, 한국 정부 역시 개발금융 기능을 서둘러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범부처 개발금융 추진 체계 수립 태스크포스를 열 계획이다. 허장 2차관은 한국형 개발금융이 실효성 있게 출범하려면 한국의 제도와 시장 여건에 맞는 추진 체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정부 재정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대외 협력 수요를 민간 자본과 연계해 풀어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제도 설계와 위험 분담 구조가 얼마나 정교하게 마련되느냐가 정책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