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손해보험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본업인 보험영업과 자산운용 수익이 함께 약해지면서 전반적으로 뒷걸음질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나빠진 데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채권 평가손실까지 커지면서, 5대 손해보험사의 순이익 합계는 1년 전보다 12.6% 줄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5개사의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합산 당기순이익은 1조7천320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별로 보면 DB손해보험은 2천685억원으로 39.9% 감소했고, KB손해보험은 2천7억원으로 36.0% 줄었다. 반면 현대해상은 2천233억원으로 9.9% 늘었고, 삼성화재는 5천734억원으로 3.2%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도 4천661억원으로 0.8% 늘어 비교적 선방했다.
실적 악화의 첫 번째 배경은 보험영업 수익성 저하다. 5개사의 1분기 합산 보험손익은 1조5천8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감소했다. 특히 DB손해보험은 2천266억원으로 43.7% 줄었고, KB손해보험은 1천828억원으로 30.5% 감소했다. 메리츠화재도 3천346억원으로 7.0% 줄었다. 반면 현대해상은 3천21억원으로 71.7% 늘었고 삼성화재는 5천352억원으로 7.3% 증가했다. 보험손익은 보험사가 보험료를 받아 실제 사고 보상과 사업비를 제외하고 남긴 본업의 수익을 뜻하는데, 이 지표가 약해졌다는 것은 보험영업 자체의 채산성이 나빠졌다는 의미다.
특히 자동차보험 부문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손해율이 높아지면, 즉 받은 보험료에 비해 지급한 보험금이 많아지면 수익성이 빠르게 떨어진다. 이번에는 과거 보험료 인하 효과가 누적된 가운데 차량 수리비와 인건비 등 보상원가가 오른 영향이 겹쳤다. 현대해상의 자동차보험 손익은 140억원 손실로 지난해 같은 기간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고, DB손해보험은 88억원으로 80.8% 급감했다. DB손해보험은 여기에 대전 안전공업 화재 같은 일시적 대형 사고까지 더해져 보험손익 감소 폭이 더욱 컸다.
투자 부문도 버팀목 역할을 하지 못했다. 5개사의 1분기 합산 투자손익은 9천621억원으로 1년 전보다 6.6% 감소했다. 삼성화재는 2천956억원으로 17.5%, 메리츠화재는 2천962억원으로 13.0% 늘었지만, 현대해상은 61억원으로 94.3% 급감했고 KB손해보험은 1천281억원으로 22.7%, DB손해보험은 2천361억원으로 3.2% 줄었다. 배경에는 금리 상승이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말 연 2.953%에서 올해 3월 말 연 3.552%로 올랐는데,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 가격은 반대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채권과 대체투자 자산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했고, 일부 회사가 주식·외화유가증권 이익과 배당수익 증가로 방어했지만 업계 전체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손해보험업계 실적은 앞으로도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금리 흐름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보험료 조정 여력, 대형 사고 발생 여부, 채권시장 변동성이 함께 맞물리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손해보험사들이 가격 정책과 자산운용 전략을 얼마나 정교하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실적 차별화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