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담합과 약탈적 금융 같은 민생 침해 행위를 강하게 지적한 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경제 사정 당국의 대응이 한층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아 물가 불안과 서민 피해를 줄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조사 범위와 강도가 과도해질 경우 기업 투자와 금융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계론도 함께 나온다.
공정위는 민생 분야의 불공정 행위에 더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조직과 심의 체계를 동시에 손보는 분위기다. 17일 관가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7명 규모인 중점조사팀을 30∼40명 규모의 국 단위 조직으로 키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조직은 과거 대기업 부당 내부거래 조사로 강한 영향력을 가졌던 조사국의 사실상 부활로 받아들여진다. 조사국은 2005년 폐지됐는데, 다시 조사 기능을 강화하려는 것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정위 인력이 적어 위반 행위를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한다고 지적한 이후 정책 기조가 보다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 변화도 뒤따른다. 이달부터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되면서 공정위 상임·비상임위원은 기존 9명에서 11명으로 늘어난다. 위원 증원은 29년 만이다. 공정위는 이 조치로 사건 처리 속도가 1.3배가량 빨라지고, 소회의 심의 대기기간도 최대 3개월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사건 수는 2천400여건, 평균 소회의 심의 대기기간은 291일이었다. 최근 공정위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의 설탕 가격 담합을 적발해 4천83억1천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7개 제분사의 담합 혐의도 심사보고서를 보내 전원회의에 올렸다. 자영업자를 상대로 한 불공정 거래도 단속 대상이다. 저금리 정책자금을 활용해 가맹점주에게 고금리로 돈을 빌려준 논란이 제기된 외식업체 명륜당 사건도 소회의에 회부됐다.
국세청과 금융감독원도 금융권과 불법 사금융을 겨냥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8일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대한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사흘 뒤에는 메리츠증권도 비정기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조사4국은 탈세나 중대 의혹이 포착될 때 특별조사를 맡는 조직이어서, 금융회사에 대한 이번 조사는 정기조사 중심의 통상적 방식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은행의 경우 경영진 고액 연봉과 퇴직자 자문료 문제가, 메리츠증권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 즉 부동산 개발 사업 자금 대출 연장 과정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받았다는 의혹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 대통령이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금융기관은 단순히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공공성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한 뒤여서, 업계는 이를 금융권 전반에 대한 경고성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서민 피해가 큰 불법 사금융에 대응하기 위해 민생금융범죄 특별사법경찰 제도도 준비 중이다. 기존 자본시장 특사경과 별도로 불법 대부업을 전담하는 특사경을 신설하고, 직접 범죄 혐의를 인지해 수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수사 범위는 대부업법 위반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를 넘는 이자를 받는 행위, 등록하지 않고 대부업을 하는 행위가 대표적이고, 불법 추심을 포함할지 여부도 관계 부처가 협의하고 있다. 금감원은 법이 통과되면 연내 출범도 가능하도록 내부적으로 수사기법 교육과 인력 준비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운영 성과를 냈던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의 방식도 참고하고 있다.
이 같은 경제 사정 강화는 담합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나 취약계층을 겨냥한 고금리 대출 같은 시장 실패를 바로잡는 데 일정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경제 정책은 단속의 강도만으로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조사 대상 선정 기준이 불분명하거나 조사 국면이 길어지면 기업은 투자 결정을 미루고, 금융회사는 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있다. 연세대 경제학부 김정식 교수는 과도한 조사가 기업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정교한 기준과 논리에 따라 대상을 선정해야 정책 효과를 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흐름이 민생 안정이라는 본래 목표를 달성하려면 강한 단속과 함께 예측 가능한 원칙, 신속한 결론,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정밀한 집행이 함께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