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예금취급기관의 금융·보험업 대출이 180조4천891억원으로 불어나며 200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증시가 강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이른바 빚투 수요가 커졌고, 이에 맞춰 증권사들이 신용공여 재원과 자체 운용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대출을 크게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예금취급기관의 금융·보험업 대출금은 전분기보다 9조8천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으로는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크다. 이번 대출 확대는 장기 투자나 설비 확충보다는 단기 운영 목적의 자금 수요가 주도했다. 전체 대출 가운데 운전자금은 137조8천664억원으로 전분기보다 7.4% 늘었고, 시설자금은 42조6천227억원으로 0.8% 증가했다. 운전자금은 기업이 일상적인 영업과 자금 결제를 이어가기 위해 쓰는 단기 자금이고, 시설자금은 토지나 설비 같은 장기 자산 취득에 쓰이는 돈이다.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증권사가 있다. 한국은행은 증권사의 신용공여 확대와 자체 투자 수요가 운전자금 중심의 대출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공여는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주식 매입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하는데,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강해질수록 이런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빌려줄 자금을 먼저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외부 차입을 늘릴 수밖에 없다.
특히 제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을 통한 자금 조달이 두드러졌다. 지난 1분기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금융·보험업 대출금은 90조3천42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7조601억원 늘었다. 이는 2022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비은행 대출 비중도 50.1%로 높아져 2024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에 다시 50%를 넘어섰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는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신협 등이 포함된다. 한국은행은 신탁계정의 할인어음 매입이 늘면서 비은행권 대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증권사들이 기업어음(CP) 같은 단기 금융상품을 활용해 비교적 빠르게 자금을 마련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 빚투 흐름을 보여주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2026년 1분기 하루 평균 잔고는 31조126억원으로, 분기 평균 기준 처음 30조원을 넘었다. 5월에는 36조원을 넘어섰다. 레버리지 투자, 즉 빌린 돈으로 투자 규모를 키우는 흐름이 강해질수록 시장이 오를 때는 수익이 커질 수 있지만 반대로 변동성이 커지면 손실도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금융감독원은 주요 증권사들을 불러 신용융자 급증 상황을 점검하고 관련 위험 관리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증시 분위기가 이어지는 동안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지만, 시장 조정이나 자금 조달 여건 변화가 생기면 금융권의 단기 유동성 관리와 투자자 위험 부담이 함께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