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 정식 서명 직후 이란산 석유 판매 제재를 즉시 일부 풀기로 하면서, 중동 정세 완화와 국제 원유 공급 정상화 기대가 함께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6일(현지시간) 합의 내용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예정된 종전 양해각서(MOU) 공식 서명 뒤 이란의 석유와 석유정제품 판매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재 면제를 발효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면제에는 단순한 원유 거래뿐 아니라 결제에 필요한 금융 거래, 해상 운송, 보험 같은 부수 서비스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유 수출은 상품만 있어서는 이뤄지지 않고 선박·보험·대금 결제 체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판매 재개의 길을 넓혀주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이란과의 충돌 국면을 진정시키는 대신 협상 동력을 살리려는 성격이 짙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이란에 초기 재정적 유인을 제공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양국은 양해각서 체결에 따라 적대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앞으로 60일 동안 핵 문제 최종 합의와 대이란 제재의 완전한 해제를 목표로 세부 협상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합의문 전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란의 비핵화 이행 조치에 맞춰 미국이 제재 완화 혜택을 내놓는 이른바 ‘행동 대 행동’ 원칙이 큰 틀에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양국 수뇌부의 움직임도 협상 진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이란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지난 14일 양해각서에 전자 방식으로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고, 공식 서명식은 19일 제네바에서 밴스 부통령과 갈리바프 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이와 맞물려 민간단체 이란핵무장반대연합(UANI)은 이란산 원유를 실은 대형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 동쪽 오만만의 차바하르 항구를 출발해 미국의 해상 봉쇄선을 통과했다고 분석했다. 이 단체는 지난 4월 미국이 오만만에서 이란을 오가는 상선 봉쇄를 시작한 뒤 이런 사례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제재 완화가 전면적이고 지속적인 해제로 곧바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한 미국 고위 관료는 선제적 완화 이후의 추가 조치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핵 프로그램 등 핵심 현안에서 이란이 미국 요구를 얼마나 수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워싱턴연구소의 파르진 나디미 연구원도 백악관이 이란의 양보를 끌어내려면 석유 판매 제재 완화 같은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이번 조치는 원유 시장에 공급 확대 기대를 주는 동시에,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사용할 압박과 보상의 조합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