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소비자심리는 완만하게 살아난 반면, 집값과 임금, 금리에 대한 상승 기대는 더 뚜렷해졌다. 반도체 경기 호조와 정보기술 업종 성과급 지급, 주가 상승, 서울·경기 아파트값 오름세가 겹치면서 가계가 앞으로의 자산가격과 소득 흐름을 이전보다 낙관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6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0으로 한 달 전보다 8포인트 올랐다. 이 지수는 소비자가 앞으로 1년 뒤 집값을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100을 넘으면 상승을 기대하는 응답이 더 많다는 뜻이다. 올해 1월 124에서 2월 108, 3월 96으로 떨어지며 기준선 아래로 밀렸지만, 4월 104, 5월 112, 6월 120으로 다시 빠르게 높아졌다. 최근 서울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상승 폭이 커진 점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소득에 대한 기대도 함께 높아졌다. 6월 임금수준전망지수는 124로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해 2025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이 시장에 강한 신호를 줬고,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 이흥후 경제심리조사팀장은 반도체 업황 개선과 정보기술 부문 보상 확대가 소비자의 임금 기대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고소득 업종의 보너스와 주가 상승은 당장 전체 가계의 임금을 바꾸지는 않더라도, 경기 전반이 나아질 수 있다는 인식을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
금리에 대한 전망은 더 크게 움직였다. 6개월 뒤 금리 수준을 예상한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26으로 12포인트 급등했다. 2016년 12월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여러 차례 내비친 점이 소비자 기대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금리 상승 기대가 커졌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물가와 경기 흐름을 경계하는 심리가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0%로 전월과 같아, 체감 물가 부담이 크게 가라앉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6.6으로 전월보다 0.5포인트 올랐다. 소비자심리지수는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등 6개 지표를 합쳐 산출하는데,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5년)보다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2월 112.1에서 3월 107.0, 4월 99.2로 떨어졌던 지수는 5월에 이어 6월까지 두 달 연속 반등했다. 다만 세부 지표를 보면 현재경기판단은 반도체 중심 수출 호조와 주가 상승 덕분에 86으로 3포인트 올랐지만, 향후경기전망은 대출금리 상승과 높아진 주가 부담 우려로 1포인트 하락했다. 생활형편전망 97, 가계수입전망 100, 소비지출전망 110은 변동이 없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반도체 경기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 통화정책 신호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소비 심리 회복세가 본격화할지 여부도 결국 금리와 물가 부담을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