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29일 농협중앙회에 대규모 비정기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이번 조사가 단순한 세금 점검을 넘어 농협 수뇌부 의혹과 지배구조 개편 문제를 함께 겨냥한 압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날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사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중심으로 한 조사 인력 130여명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기간도 약 5개월로 예상된다. 일반적인 정기 세무조사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농협중앙회는 2023년 11월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여서, 이번 조사는 통상적인 점검보다는 특정 혐의와 자금 흐름을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성격이 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사를 맡은 조사4국은 국세청 안에서도 특별조사를 전담하는 핵심 조직으로 꼽힌다. 통상 정기 조사와 달리 탈세, 비자금 조성, 횡령·배임,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 편취 같은 구체적 비리 정황이 있을 때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서 세정당국 안팎에서는 이번 조사에 대규모 인력이 한꺼번에 동원된 것 자체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자료나 혐의 정황을 확보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실제 농협 내부에서도 갑작스러운 조사 착수 이후 긴장감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측근들을 둘러싼 의혹이 핵심 대상이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세청은 강 회장이 선거 전후 계열사 거래업체로부터 억대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 취임 이후 청탁금지법을 어기고 황금열쇠 등 고가 선물을 수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자금의 출처와 이동 경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부 합동 특별감사반이 지난 3월 적발해 경찰 수사 의뢰 방침을 밝힌 위법 행위 14건도 이번 세무조사와 맞물려 들여다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무조사는 회계와 자금 흐름을 통해 비리 의혹의 실체를 확인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의 형사 절차와는 또 다른 압박 효과를 낸다.
조사 시점도 주목된다. 정부와 국회는 현재 농협법 개정안의 후속 시행령 정비를 진행하고 있고, 외부에 독립된 농협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는 농협 내부의 자율 운영이 오히려 비리와 도덕적 해이를 키웠다는 판단 아래 감사 기능을 바깥에서 더 엄격하게 통제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농협중앙회는 외부 독립 감사기구가 자율성과 전문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하거나 이견을 보여왔다. 결국 이번 세무조사는 세금 문제만이 아니라 정부와 농협이 지배구조와 감독 권한을 놓고 벌여온 주도권 다툼 속에서 나온 조치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농협 수뇌부를 둘러싼 의혹 규명과 함께 농협법 개정, 감사체계 개편 논의에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농협 내부 인사와 조직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추가 손질 요구가 커질 수 있고, 반대로 혐의 입증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에는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