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다중채무자는 전체적으로 줄었지만 60세 이상에서는 인원과 대출 규모가 모두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가계대출 취약층의 중심이 고령층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다중채무자는 163만7천532명으로 지난해 말 165만5천461명보다 1.1% 감소했다. 대출 잔액도 158조680억원에서 155조3천810억원으로 1.7% 줄었다. 여기서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를 뜻한다. 전체 규모만 보면 감소세가 이어졌지만, 연령대별로 들여다보면 양상이 다르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60세 이상에서 나타났다. 이 연령대 다중채무자는 31만3천806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10.5% 늘었고, 대출 잔액은 23조9천530억원으로 12.5% 증가했다. 반면 20대는 6만3천499명, 2조6천920억원으로 각각 22.3%, 27.3% 줄었고, 30대는 27만9천191명, 23조5천50억원으로 5.2%, 10.4% 감소했다. 40대도 47만9천396명, 53조4천870억원으로 각각 4.4%, 4.6% 줄었다. 50대는 50만1천640명, 51조7천44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증가율은 1%대에 그쳤다. 고령층 다중채무자가 2023년 말 25만4천267명, 19조1천53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몇 년 사이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출의 범위를 신용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 등 전체 가계대출로 넓혀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전체 차주 수는 올해 1분기 말 1천932만7천101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0.1% 늘었고, 대출 잔액도 1천914조9천310억원으로 0.3% 증가했다. 2023년 1천950만3천98명에서 지난해 말 1천930만1천485명까지 줄던 전체 차주 수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을 포함한 전체 대출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 가운데 60대 이상 비율은 올해 1분기 말 16.0%로 지난해 말 15.4%보다 높아졌다. 최근 5년여 동안 처음으로 16%대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고령화 현상이 더 분명해졌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 대출 잔액 비중도 15.9%로 0.5%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는 은퇴 이후 소득 감소와 자영업 자금 수요가 함께 거론된다. 금융권에서는 고령층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에 더 의존하고, 자영업을 이어가는 경우 운영자금 부담도 커졌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실제로 나이스평가정보 집계에서는 지난 4월 말 기준 60대 이상 개인사업자의 금융기관 대출 잔액이 406조7천54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5% 늘어 전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했다. 최건호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층의 소득 공백이 다중채무 증가로 이어졌을 수 있다며, 일자리 공급 확대와 노후 대비 금융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고령층 부채 관리가 단순한 가계대출 문제를 넘어 복지, 고용, 자영업 대책과 함께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더 분명하게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