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반도체·피지컬 인공지능·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 투자 구상을 내놓으면서, 이를 뒷받침할 공간 전략으로 ‘기업형 첨단도시’ 조성 계획을 함께 제시했다. 지방에 산업시설만 따로 짓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이 원하는 입지와 연구·주거·교육·교통 기능을 한데 묶어 첨단산업 생태계를 지역에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지방 산업단지는 대체로 ‘선 개발·후 분양’ 방식으로 추진돼 실제 입주 기업의 필요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생산시설은 들어섰지만 연구개발 인력과 전문 인재는 수도권에 남는 경우가 많았고, 지역 산업단지도 생산기지 역할에 머무는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첨단 산업단지와 도심융합특구, 신도시를 고속 교통망으로 연결하고, 기업 수요가 확인된 부지는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먼저 공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기업이 원하면 시행과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하도록 해 시설 배치와 도시 설계의 자율성도 넓힐 방침이다.
새로 조성될 기업형 첨단도시는 단순히 공장만 들어서는 산업단지가 아니라 사람이 실제로 살고 머무는 복합도시를 지향한다. 정부는 거주·문화·교육·의료 기능을 결합한 복합타운을 만들고, 지역과 산업 특성에 맞는 임대주택 등 주택 공급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수요가 커질 경우 공공주택지구와 연계한 개발도 검토한다. 또 기업이 거점 국립대나 연구기관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도록 캠퍼스 혁신파크 같은 제도를 활용해 산학 협력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는 지방 투자만 늘리는 데서 끝나지 않고, 인재가 지역에 정착하며 산업과 생활이 함께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교통과 물류 인프라도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정부는 산업단지에서 주거지까지 30분, 공항·항만 같은 물류 거점까지 1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목표로 도로와 철도 등 기간망을 확충하고, 필요하면 도로 확장 등 간선망 보강도 추진하기로 했다.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RT·이용 수요에 따라 운행하는 교통수단), 간선급행버스체계(BRT·지하철처럼 정시성을 높인 버스 체계), 자율형 교통수단 등도 도입해 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동시에 장비와 소재 반입, 제품 수출이 원활하도록 공항·항만·철도와 연결된 첨단 물류 기반도 구축한다. 아울러 기업이 원하는 시점에 부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절차를 통합하고 인허가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조성 기간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는 기업들의 요구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투자 속도를 높이려면 신속한 원스톱 행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방 이전 과정에서 교육 여건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짚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계획이 지방 부동산 가격을 당장 크게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생활 인프라와 교육·의료 여건, 인적 네트워크가 충분히 갖춰져야 실제 수요 이동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정부가 개발 기대를 노린 투기를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검토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국 이번 구상의 성패는 산업단지 조성 속도보다도, 기업과 인재가 함께 머물 수 있는 정주 여건을 얼마나 빠르게 갖추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지방 균형발전 정책의 실효성을 가르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