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상하이은행(HSBC)이 세계 곡물 가격 상승과 재고 완충력 약화를 동시에 경고했다. 밀과 옥수수, 보리, 쌀을 포함한 곡물 가격은 7월까지 전년 대비 22% 올랐다.
제로헤지는 제이미 컬링(Jamie Culling) 홍콩상하이은행 이코노미스트가 'Food Prices Rising Due to the Weather and Wars' 노트에서 곡물 공급 압박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컬링 이코노미스트는 "강한 공급과 재고가 올해 가격 급등을 막는 데 도움이 됐지만 완충재가 빠르게 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홍콩상하이은행은 중동 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격화, 북반구 폭염, 엘니뇨 강화, 인도양 다이폴 현상을 공급 압박 요인으로 꼽았다. 비료와 황 공급 차질, 해상 병목, 수출 제한이 동시에 겹치면 곡물 가격뿐 아니라 투입 비용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곡물 수급에서 재고는 가격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다. 생산이 소비를 밑돌거나 선적이 막히면 시장은 새 작황보다 기존 재고를 먼저 소진하고, 이때 재고율이 낮을수록 가격 변동은 커지기 쉽다.
공식 지표도 일부 가격 압력을 보여준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8월 7일 공개한 7월 식량가격지수에서 지수가 131.1로 전월보다 0.6% 올랐다고 밝혔다.
FAO의 7월 곡물가격지수는 113.8로 전월보다 3.4%, 전년 동월보다 6.9% 상승했다. 밀 가격은 흑해 수출 흐름 차질과 수출 인프라 피해, 주요 생산국 폭염 영향으로 전월보다 5.8% 올랐다.
국제곡물이사회(IGC)도 8월 20일 곡물시장보고서에서 2026/27년 세계 총곡물 생산 전망을 24억1600만 톤으로 제시했다. 소비 전망은 24억4400만 톤, 누적 재고 전망은 6억600만 톤이었다.
IGC는 밀, 옥수수, 수수 전망 하향과 유럽의 지속적인 더위를 반영해 생산 전망을 낮췄다고 밝혔다. 생산 전망이 소비 전망을 밑돌면 재고가 가격 방어선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때 물류 차질이 겹치면 특정 품목과 지역의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
흑해 물류는 가장 뚜렷한 변수다. IGC는 러시아 노보로시스크와 우크라이나의 심해 수출이 사실상 멈춘 상태라고 설명했다.
7월 중순 이후 적대 행위가 격화된 뒤 수출은 정상 수준보다 약 400만 톤 적은 것으로 추정됐다. 앞서 본지는 러시아 흑해 휴전 거부 이후 밀 선물이 3% 반등했다고 보도했다.
흑해 항로의 불안은 단순한 선박 운항 문제가 아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세계 곡물과 비료 교역에서 비중이 큰 지역이어서, 항만·정유·운송 인프라 피해는 곡물 가격과 비료·연료 비용을 동시에 흔들 수 있다.
디젤 가격도 농산물 생산과 운송 비용에 직접 연결된다. 본지는 앞서 러시아 디젤 수출이 수년래 저점권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다만 지표가 모두 같은 방향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FAO는 7월 곡물 수급 브리프에서 2027년 말 세계 곡물 재고를 9억5780만 톤으로 전망했고, 세계 곡물 재고율은 32.0%로 대체로 변함없다고 밝혔다.
이는 홍콩상하이은행의 경고와 FAO 통계가 서로 다른 층위를 보고 있음을 뜻한다. 전체 재고율이 안정적으로 보이더라도 밀과 같은 특정 품목, 흑해와 같은 특정 경로에서는 가격 압박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
한국 독자에게 핵심은 해외 곡물 가격 그 자체보다 수입 원재료와 비료, 에너지 비용의 전이다. 밀과 옥수수, 식용유, 커피, 코코아 가격이 동시에 흔들리면 국내 식품업체 원가와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영향은 품목별 계약 구조와 환율, 운임에 따라 달라진다. FAO와 IGC의 다음 월간 지표에서는 곡물 가격 상승이 일시적 품목 조정인지, 재고 소진과 물류 차질이 겹친 수급 압박인지가 다시 확인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