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연준)가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한 뒤 미국 주식과 장기채 시장이 함께 흔들렸다. 금리 결정 자체보다 케빈 워시(Kevin Warsh) 연준 의장이 향후 정책 경로에 뚜렷한 신호를 주지 않은 점이 시장 불안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연준은 7월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표결은 9대3이었다. 베스 해맥(Beth Hammack)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닐 카시카리(Neel Kashkari)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로리 로건(Lorie Logan)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0.25%포인트 인상을 선호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성명은 미국 경제가 견조하게 확장하고 있지만 중동 충돌과 에너지 공급 충격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적었다. 인플레이션은 연준의 2% 목표를 웃돈다고 했다. 금리 동결 속에서도 물가 대응을 둘러싼 내부 이견이 표결로 드러난 셈이다.
FOMC는 미국의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정하는 통화정책 회의다. 기준금리는 달러 유동성, 차입 비용, 채권 금리와 위험자산 할인율에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같은 암호화폐도 금리 수준보다 연준의 정책 신호와 시장금리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처럼 향후 정책 경로를 미리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 관행을 재검토할 가치가 있다고도 했다. 시장은 이 발언을 금리 방향에 대한 명확한 안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향후 금리 방향이나 정책 경로를 시장에 미리 설명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성명 문구와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다음 회의의 정책 가능성을 가늠해 왔다. 워시 체제에서는 정책 판단을 시장 지표와 회의별 판단에 더 맡기는 쪽으로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증시는 같은 날 큰 폭으로 밀렸다. 7월 29일 마감 기준 다우지수는 1,153.18포인트 하락한 51,594.14에 마감했다. 에스앤드피(S&P) 500은 7,316.15, 나스닥은 24,442.94로 끝났다.
다만 이날 낙폭을 연준 기자회견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유가 급등, 중동 긴장, 반도체 약세도 위험자산 전반을 눌렀다. 금리 동결은 시장이 예상한 결정에 가까웠지만, 물가와 에너지 충격이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빠르게 식었다.
채권시장은 더 민감하게 움직였다. 로이터(Reuters)는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 뒤 장기물 국채 매도가 이어졌고 30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고 보도했다. 물가 안정 의지는 확인했지만 실행 경로는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장기금리 상승과 맞물렸다.
장기채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와 위험자산에는 부담이 커진다. 미래 현금흐름의 할인율이 올라가고,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큰 자산보다 금리가 높아진 채권을 선호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금리 동결보다 10년물·30년물 국채 금리와 달러 흐름이 더 직접적인 변수로 읽힌다.
암호화폐 시장의 즉각 반응은 주식보다 제한적이었다. 더블록(The Block)은 발표 직후 비트코인이 약 6만4,250달러에서 큰 변동이 없었다고 전했다. 디크립트(Decrypt)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발표 뒤 각각 약 1% 밀렸다고 보도했다.
두 매체의 수치 차이는 관측 시점 차이로 풀이된다. 발표 직후 가격, 기자회견 중 가격, 당일 마감 전후 가격은 서로 다르게 잡힐 수 있다. 이번 FOMC 직후 암호화폐 시장은 급격한 방향성을 보이기보다 주식과 채권시장의 후속 반응을 확인하는 흐름에 가까웠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이번 결정은 금리 동결보다 장기금리와 위험자산 선호의 문제로 이어진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달러 유동성과 미국 기술주 흐름에 함께 영향을 받는다. 연준의 설명이 줄어들수록 시장은 발언 한두 문장보다 국채금리, 달러, 주식 변동성을 함께 확인하게 된다.
워시 의장은 5월 22일 연준 의장에 취임했다. 본지는 앞서 연준 긴축 기대가 낮아졌다는 시장 전망을 보도했다. 새 의장 체제 첫 국면에서 시장은 금리 결정뿐 아니라 발언 방식까지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후 시장의 시선은 잭슨홀 연설로 옮겨갔다. 로이터는 투자자들이 워시 의장이 기존 포워드 가이던스 관행을 얼마나 따를지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7월 FOMC에서 드러난 9대3 표결과 장기금리 반응은 다음 정책 발언의 기준점으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