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의 1조2000억 달러(약 1654조원) 무역흑자를 겨냥해 주요 20개국(G20) 차원의 교역 조건 재검토를 요구했다. 중국 수출품이 미국 밖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글로벌 불균형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베센트 장관은 30일(현지시간) 공개된 로이터 인터뷰에서 G20 회원국들이 중국과의 교역 조건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는 그런 중국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 직접 무역 지위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중국 수출품이 유럽과 중남미 등 다른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설명도 붙였다.
이번 발언은 31일부터 9월 1일까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앞두고 나왔다. 한국시간으로는 31일 밤부터 9월 2일 오전까지 이어지는 일정이다.
미 재무부는 2월 발표문에서 2026년 G20 재무 트랙 의제로 △과도한 글로벌 불균형 △부채 투명성 △부채 구조조정 △디지털자산 생태계 △결제 사기 대응을 제시했다. 본지는 앞서 미국 재무부가 애슈빌 G20 회의에서 무역 불균형과 디지털자산 의제를 함께 다룬다는 내용을 전했다.
G20 재무 트랙은 회원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가 거시경제, 금융 안정, 국제 조세, 부채 문제를 조율하는 협의체다. 특정 국가를 직접 제재하는 기구는 아니지만, 주요국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면 관세·수출통제·금융규제 논의의 정치적 근거가 된다.
중국 통계는 베센트 장관의 문제 제기가 나온 배경이면서도 중국 측 반론과 엇갈린다. 중국 해관총서의 2025년 달러 기준 연간 통계에서 상품 무역흑자는 1조1889억8000만 달러(약 1639조원)로 집계됐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같은 해 상품 무역흑자를 8조5094억 위안으로 발표했다.
중국 관영 보도는 2026년 상반기 대외무역이 전년 동기 대비 16.9%, 수출이 13.4% 늘었다고 전했다. 7월 수출은 달러 기준 23.9% 증가했다는 관세 통계도 뒤따랐다. 베센트 장관이 거론한 1조2000억 달러 규모는 2025년 중국 상품 무역흑자 통계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중국 측은 자국 교역이 주변국에 기회라고 반박하고 있다.
무역흑자는 수출이 수입보다 많을 때 생기는 순잉여다. 한 나라의 흑자가 커지면 상대국에는 제조업 경쟁, 고용, 환율, 관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의 수출 중심 성장 모델을 글로벌 불균형으로 보는 이유다.
중국은 미국의 문제 제기에 맞서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8월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른바 ‘중국 충격’ 서사를 반박하며 중국 교역이 주변국에 충격이 아니라 기회라고 밝혔다. 중국은 다음 날 내수 확대 정책 패키지도 예고했다.
중국의 내수 보강 움직임은 외부 수요를 둘러싼 압박이 커지는 상황과 맞물린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는 관세와 무역 장벽이 늘어날수록 기업 매출과 고용, 지방 재정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중국이 내수 확대를 강조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사안은 미국 내 통상정책과도 연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주요 경제 의제로 다뤄 왔다. 베센트 장관의 발언은 양자 압박을 넘어 G20 틀 안에서 다자 공조를 모색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크립토 시장의 직접 반응은 아직 제한적이다. 이번 발언은 비트코인(BTC)이나 개별 알트코인 규제 신호라기보다, 미국이 중국 수출 모델을 다자 무대에서 압박하겠다는 통상 메시지에 가깝다.
다만 미 재무부가 같은 G20 재무 트랙 의제에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포함한 점은 분리해 볼 사안이다. 본지는 앞서 미국 재무부가 디지털자산을 이란 제재 회피 수단과 연결해 다룬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통상 불균형과 디지털자산 규제는 별개 의제이지만, 같은 회의장에서 거시·금융 안정 논의로 묶일 수 있다.
한국에도 간접 영향은 있다. 중국 수출품이 유럽과 중남미 등 제3시장으로 향한다면 한국 기업은 가격 경쟁과 공급망 재편 압력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반도체와 AI 인프라처럼 미중 경쟁이 이미 뚜렷한 분야에서는 통상 장벽 논의가 투자·수출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회의는 9월 1일까지 미국 애슈빌에서 이어진다. G20 회원국들이 중국 무역흑자 문제를 공동 의제로 얼마나 명시할지, 디지털자산 생태계 논의가 통상·제재 의제와 어떤 방식으로 분리 또는 결합될지가 다음 확인 지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