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도 예산안이 국고채 순발행 감소에도 채권금리 하락보다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총지출 확대와 미래대응기금 운용 방식이 성장률과 재정 리스크 프리미엄을 함께 자극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5일 '2027년 예산안-재정수지 개선의 역설' 보고서에서 채권시장 관점의 예산안 영향을 이같이 진단했다. 국고채 순발행 감소는 수급상 긍정적이지만 금리 방향을 결정할 변수로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국고채 순발행은 2026년 109조4000억원에서 2027년 96조3000억원으로 13조1000억원 줄어든다. 감소 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4% 수준이다.
박 연구원은 2028년부터 적자가 다시 확대되는 구조도 함께 짚었다. 2027년 재정수지 비율은 지난해 계획보다 4%포인트 개선되지만 2029년 개선 폭은 1.6~1.7%포인트로 좁혀진다는 계산이다.
정부 예산안은 지출 확대와 재정지표 개선을 동시에 내세운다. 정부는 1일 2027년도 예산안과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2027년도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보다 12.8% 늘어난 820조9000억원이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2026년 -3.9%에서 2027년 -0.1%로 개선되고, 국가채무 비율은 51.6%에서 48.3%로 낮아질 것으로 제시됐다.
채권시장 해석은 이 지점에서 갈린다. 국채 발행 물량이 줄면 수급 부담은 낮아지지만, 예산 지출 규모가 커지면 성장 전망과 물가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박 연구원은 2027년 지출 규모가 올해 추가경정예산안보다 9.0%, 본예산보다 12.8% 늘어나는 점을 근거로 경기 과열과 물가 압력이 채권에 불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확장 국면에서는 재정지출의 승수가 낮아질 수 있지만, 물가와 금리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미래대응기금도 핵심 변수로 꼽혔다. 정부는 최근 10년 내국세 추세선을 웃도는 추가세수 162조3000억원으로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한다.
이 가운데 45조4000억원은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자하고,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발행 물량 축소에 활용한다. 나머지 여유자금은 향후 추가경정예산 없이 기금 변경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미래대응기금은 초과 세수나 여유 재원을 별도 계정으로 모아 중장기 재정 수요에 대응하는 장치다. 안정화 기능이 강하면 재정 리스크를 낮출 수 있지만, 경기 확장기 지출 재원으로 쉽게 쓰이면 채권시장에는 부담으로 읽힐 수 있다.
박 연구원은 "재정안정을 위한 구속력이 강하면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춰 금리 하락 요인이지만 느슨하면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운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대응기금이 향후 지출에 필요한 경우 손쉽게 투입될 수 있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앞서 2027년도 예산안과 미국 고용보고서가 금리 방향을 정할 재료로 거론됐다. 이번 분석은 예산안 확정 이후 국채 수급보다 재정지출의 성장·물가 효과를 더 크게 봐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
박 연구원은 국채 공급 변수의 영향도 금리 수준보다 스와프 스프레드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채 순발행 감소가 국고채 가격 상승 기대를 높이고 투자자의 자본비용 부담을 낮추면 스와프 금리 대비 국고채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스와프 스프레드는 국고채 금리와 스와프 금리의 차이를 말한다. 국고채 상대 강세나 약세를 판단할 때 쓰이는 지표로, 이번 순발행 감소 효과도 금리 레벨보다 상대가치 흐름에서 먼저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산안이 국내 채권금리에 미칠 영향은 국회 심사와 미래대응기금 운용 방식 확인 이후 더 구체화된다. 정부 예산안은 국회 심사 과정에서 총지출 규모와 재원 조달 방식이 조정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