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모신용 시장의 최근 12개월 부도율이 8월 6.3%로 올라 현재의 12개월 기준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 수치에는 원금·이자 미지급뿐 아니라 만기 연장과 현금이자 대신 원금에 가산하는 PIK 도입도 포함돼 전면적인 지급불능 비율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피치레이팅스는 14일 발표한 자료에서 미국 사모신용 부도율(PCDR)이 7월 6.1%에서 8월 6.3%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PCDR은 2026년 4월 이후 6.0% 이상을 유지했다.
8월 한 달 동안 발생한 부도 사건은 14건이었다. 신규 부도 차주는 11곳, 같은 차주의 반복 부도는 3건이었다. 최근 12개월 기준으로는 고유 부도 차주 89곳에서 총 109건의 부도 사건이 발생했다.
부도 처리 방식은 지급불능만을 뜻하지 않았다. 최근 12개월 전체 사건 가운데 47%는 이자 지급 유예 또는 PIK 도입이었고, 재무 압박에 따른 만기 연장은 41%, 미해결 지급불이행은 8%였다. 8월만 보면 만기 연장이 전체 사건의 4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 업종·차주 규모별 격차
업종별 부도율은 헬스케어와 산업·제조업이 각각 9.9%로 가장 높았다. 기술 소프트웨어는 0.6%로 주요 업종 가운데 가장 낮았다.
차주 규모에 따른 차이도 컸다. EBITDA가 2500만달러(약 336억원) 미만인 차주의 부도율은 12.0%였고, EBITDA 2600만~5000만달러(약 349억~672억원) 구간은 5.2%로 7월 3.9%에서 올랐다.
피치레이팅스는 사모신용 부도율을 두 집단으로 나눠 집계한다. 중견시장 CLO 등 풀링 자산 평가에 활용되는 모델 기반 신용의견(MCO) 부도율은 8월 5.6%로 7월 5.2%에서 상승했고, 보험사의 규제자본 산정 등에 쓰이는 비공개 모니터링 등급(PMR) 부도율은 8.5%로 7월 8.6%보다 소폭 낮아졌다.
◇ PIK 확대가 보여주는 현금흐름 압박
PIK는 현금으로 지급할 이자를 대출 원금에 더하는 방식이다. 미국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은 5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견기업에 대출하는 공개 투자기구인 BDC 대출의 PIK 사용 비중이 2022년 약 6%에서 2026년 초 약 10%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구조에서 금리 상승이 차주의 현금흐름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은 BDC가 사모신용 시장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금융안정위원회(FSB)는 5월 보고서에서 사모신용 시장 규모를 2024년 말 기준 1조5000억~2조달러(약 2015조~2686조원)로 추정했다. 은행·보험사·사모펀드와의 연결 확대, 차주 신용도와 평가의 불투명성, 환매 조건을 둔 펀드의 유동성 불일치를 잠재적 취약성으로 꼽았지만, 사모신용 시장이 심각한 경기 하강을 아직 겪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사모대출 펀드의 환매 흐름은 시장 유동성을 가늠하는 별도 지표로 거론된다. 본지는 앞서 사모대출 펀드의 환매 요구가 2분기보다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부도율과 별개로 투자자 환매와 자산 매각이 실제 현금흐름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보험사와 사모대출 시장의 연결도 FSB가 지적한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다. 본지는 보험사들의 사모대출 관련 대출·투자 재분류와 조사 확대 사례도 보도했다. 개별 사건이 시장 전체의 부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은행 금융기관으로 위험이 연결되는 구조는 부도율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레딧 토론에서는 일부 이용자가 PIK와 만기 연장이 실제 손실 인식을 늦추는 '잠재적 부도'일 수 있다고 주장했고, 다른 이용자는 피치레이팅스의 집계가 부도 범위를 넓게 잡기 때문에 즉각적인 시스템 위기로 연결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해당 논의는 대표적인 시장 의견이라기보다 온라인 반응으로 봐야 한다.
이번 6.3%는 부도율 상승 자체와 함께 부도 처리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현금이자 지급을 미루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사례가 늘면 손실 인식이 뒤로 밀릴 수 있어, 실제 현금 회수율과 구조조정 이후 손실 규모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현재 수치만으로 사모신용 시장 전체의 붕괴나 금융위기를 단정할 근거는 없다. 업종·차주 규모별 부도율과 PIK·만기 연장 비중, 펀드 환매와 보험사 공시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