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미국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비트코인(BTC)이 의미 있는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달러 약세와 연준의 정책 변화, 그리고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확대가 비트코인 랠리에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8월 초 비트코인이 112,000달러 저점에서 반등해 123,000달러 근방까지 급반등한 배경에는 명확한 달러 약세가 자리 잡고 있다. 연초 대비 비트코인은 미국 달러 기준 26% 상승했으며, 이는 원화 기준 19%, 브라질 헤알화 및 유로 기준 10~12% 상승보다 높은 수치다. 카이코 리서치에 따르면 이러한 상승은 4월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 즉 ‘해방의 날’ 관세 발표 이후 본격적으로 촉진됐으며, 달러 강세가 꺾이자 대안 자산으로 향하는 현금 흐름이 급격히 확대됐다.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의 90% 이상이 달러 또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달러 가치 변화는 시장 유동성과 거래량에 가장 큰 변수다. 특히 지난 2024년 9월 연준의 50bp 전격 금리 인하 직후, 비트코인 현물 시장에서 순매수 규모가 급등하고 약 2% 상승했다는 사실은 미국의 통화 정책이 여전히 암호화폐 가격 결정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ECB 정책과 비교했을 때 더욱 뚜렷한 반응도 이러한 경향을 보강한다.
한편 비트코인은 금과의 상대 성과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BTC 대 금 비율은 여름 들어 수개월 만의 고점을 경신했고, 미국 내 비트코인 ETF 자금 유입 규모는 주요 금 ETF 자산에 근접했다. 변동성 하락에 힘입어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위험조정수익률 측면에서도 비트코인은 금과 주식을 추월하며 기관 자산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카이코 리서치의 데이터에 따르면 이 같은 흐름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법정화폐 거래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또한 보고서는 달러 거래쌍의 글로벌 유동성 집중 현상과 지역별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적 분화를 지적했다. 미국 달러 기반 거래량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총 1조 5,600억 달러에 달하며, 원화는 8,800억 달러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원화 시장은 전년 대비 17% 성장에도 불구하고 2020년 이후 가장 큰 달러 격차를 보이며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나타냈다. 그 배경에는 한국 시장 특유의 불확실한 규제 환경과 ‘원뱅크 룰’ 등 제도적 장벽이 존재한다.
스테이블코인 시장도 구조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스테이블코인 USDC의 2% 시장 깊이는 약 5억 4,400만 달러로 최근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 깊이는 이자율과 무관하게 시장 유동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주문서가 얇은 거래쌍에서는 매우 유의미하다. 스테이블코인 거래는 기존 법정화폐 대비 신속성과 효율성 면에서 경쟁우위를 점하며, 특히 환율 변동성이 큰 신흥국에서는 ‘유동성 프리미엄’까지 확보하고 있다.
XRP(리플) 관련 데이터도 눈에 띈다. 미국 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XRP의 1% 시장 깊이는 지난주 1억 1,600만 달러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2020년 제기된 SEC와의 소송이 2025년 8월 공식 종료되면서 미국 내 마켓메이커들이 XRP 익스포저를 재편하게 된 결과다. 가격 반등은 제한적이었지만, 해외 거래소 중심의 거래 구조가 해소되면서 향후 XRP의 현물 ETF 승인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과 XRP의 유동성 증가, 비트코인의 대안 자산으로서의 위치 강화는 달러 중심 글로벌 자산 전략 변화 속에서 나타나는 흐름이다. 카이코 리서치는 이와 같은 변화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향후 기관 플로우가 어떤 방식으로 암호화폐 시장을 재조정할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