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핀테크 기술을 무기로 떠오른 챌린저 뱅크들이 금융 시스템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등장했다. 지난 6월, 디지털 전용 은행인 차임(Chime)이 나스닥에 상장하며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이 IPO는 단순한 유니콘 엑시트를 넘어 고객 중심 금융 모델이 주류로 들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입증했다.
차임의 성공은 시대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스마트폰 보급과 저렴한 모바일 데이터, 탄탄한 핀테크 인프라는 2010년대 후반 이후 신흥시장에서 디지털 전용 은행(네오뱅크)의 급성장을 견인한 3대 요소로 꼽힌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아시아에서 이들 은행은 기존 금융 시스템의 틈새를 메우며 새로운 고객층을 빠르게 흡수해왔다. 케냐에서의 M-페사(M-Pesa)는 대표적 성공 사례다. 기존 은행 대비 85% 이상 비용을 줄이며 영세 소매상까지 금융 서비스망을 넓혔다.
2014년 이후 본격화된 네오뱅크 붐은 초기엔 시장 회의론도 만났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들은 ‘작은 기능에 집중하는’ 앱에서 벗어나 풀뱅킹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오미디야 네트워크(Omidyar Network) 등 임팩트 중심의 글로벌 벤처 투자자들은 차임과 브라질의 네온(Neon), 멕시코의 알보(Albo), 나이지리아의 페어머니(FairMoney) 등에 잇따라 초기 투자를 단행했다. 이들은 각국의 규제 및 인프라 현실에 맞춰 차별화된 방식으로 뱅킹 서비스를 확장해가고 있다.
차임은 특히 미국 내 중저소득층을 타깃으로 과감한 수수료 폐지 전략을 펼쳤다. 당좌대월 수수료와 계좌 유지 최소 금액 요건을 없애고, 트랜잭션 기반 수수료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은 고객 친화적 모델로 높은 호응을 얻었다. 그 결과 기존 은행권은 2019년 120억 달러(약 17조 2,800억 원)에 달하던 미국 내 당좌대월 수수료 수익을 2024년엔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차임은 2025년 기준 860만 명의 사용자와 16억 7,000만 달러(약 2조 4,000억 원)의 연 매출을 달성했고,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135억 달러(약 19조 4,0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금융 시스템이 소비자의 삶을 실제로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데이터로 보여준 것이다.
신흥국 사례도 마찬가지다. 네온은 디지털 계좌에 대출 기능을 결합해 770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고, 알보는 소상공인 금융까지 확대하며 전문화를 꾀했다. 페어머니는 신용 대출을 기점으로 시작해 이용자 200만 명, 연간 매출 1억 달러(약 1,440억 원)를 넘어서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들 서비스는 단순한 ‘대출 플랫폼’이 아닌, 고객의 자산 보호와 유동성 관리, 회복탄력성 강화를 돕는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챌린저 뱅크의 확산은 금융 접근성이라는 오래된 글로벌 과제에 대한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다. 고객의 수익 향상과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구조는 자본시장에서 무엇보다 설득력 있는 스토리다. 차임의 IPO가 보여준 바로 그 메시지다.
이러한 흐름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려는 일관된 시도의 결과다. 신흥시장 전역에서 혁신적 핀테크들이 저축, 대출, 수입 창출, 자산 형성과 같은 핵심 금융 기능을 저비용 구조로 제공하며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모두를 위한 금융 시스템’이라는 비전 아래 구축된 벤처 생태계다.
더이상 챌린저 뱅크는 대안적인 실험이 아니다. 고객 중심의 금융혁신은 수익성과 사회적 가치 양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제 ‘주류’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