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네이버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Upbit) 운영사 두나무(Dunamu)를 인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변화와 시나리오를 심층 분석했다. 업비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플랫폼이며, 만약 인수가 현실화된다면 국내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 걸쳐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9월, 네이버가 두나무를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마치 구글이 글로벌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를 인수하는 수준의 빅딜에 해당한다. 업계는 이 같은 결합이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두 기업의 결합 가능성을 단순 추측에 그치지 않고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업이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양사 간의 시너지 효과다. 네이버는 약 4,000만 명의 활성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검색·쇼핑·페이·웹툰 등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 산업을 관통하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두나무는 단순 가상자산 거래소를 넘어서 레이어2 프로토콜 기와(GIWA) 체인을 런칭하는 등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이러한 양사의 특성이 맞물릴 경우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비즈니스 확장성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 시너지 포인트는 사용자 기반 확대다. 가상자산 거래소 가입 절차의 복잡성은 신규 유입의 큰 장벽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네이버의 간편 로그인과 모바일 신분증 기능을 업비트와 연동할 경우, KYC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결국 신규 유저 유입과 거래소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는 구조이다. 현재 업비트는 누적 가입자 수가 1,000만 명에 달하지만, 네이버의 4,000만 사용자 기반과 결합할 경우 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결제 생태계 혁신이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네이버쇼핑 등 이미 강력한 결제 및 커머스 인프라를 갖고 있으며, 두나무의 블록체인 인프라와 결합해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고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기와체인을 기반으로 한 프로그램형 결제는 판매자, 구매자, 플랫폼 모두에게 실질적인 수수료 절감 및 정산 효율화를 가져올 수 있다. 가상자산 시장 내 온·오프램프 기능을 업비트가 수행함으로써, 결제 기반 가상자산 생태계를 완성하는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세 번째로는 콘텐츠 생태계와 블록체인의 결합이다. 네이버웹툰은 이미 글로벌 IP를 보유한 콘텐츠 기업으로 자리잡았으며, 이들 IP를 블록체인을 통해 온체인 자산화하고, 팬 커뮤니티와의 경제적 연동을 강화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할 수 있다. 예컨대, IP 기반 토큰 발행이나 2차 창작물 수익 분배 시스템 등이 구체화될 수 있다. 이는 기존 콘텐츠 유통 구조에 대한 혁신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으며, IP 기반 수익화 모델의 다양화를 가능케 한다.
여기에 더해, 2023년 네이버가 인수한 북미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Poshmark)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에스크로 시스템이 구현될 수 있고,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두나무-네이버페이 결합은 비상장 주식 시장의 토큰화를 통해 유동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두나무 인수를 통한 네이버의 블록체인 생태계 진입은 가상자산을 전략적 핵심 축으로 재정립하는 변화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네이버는 아직 인수설에 대해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로 스테이블코인 개발과 결제 생태계 통합, 콘텐츠 IP의 온체인화 등에서 구체적인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양사 간 결합이 가시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타이거리서치는 이번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네이버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에서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를 면밀히 조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