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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산은 없지만 자금은 빠져나간다 — 암호화폐 시장의 ‘한국형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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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암호화폐 폭락은 단순한 조정이 아니었다. 세계 시장은 레버리지 청산으로 무너졌고, 한국 시장은 자금 유출로 비어갔다. 청산의 고통보다 무서운 것은 유동성의 증발이다.

 [사설] 청산은 없지만 자금은 빠져나간다 — 암호화폐 시장의 ‘한국형 위험’

10월 10일 오후,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이 단 한 시간 만에 붕괴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산 수입품 100% 관세 부과 발언이 방아쇠였다. 불과 몇 분 사이에 비트코인은 11만 달러대에서 10만 달러 초반까지 추락했고, 주요 알트코인 상당수는 70~90% 폭락하며 거래가 마비됐다.

이른바 ‘플래시 크래시’였다. 시장조성자들은 리스크 회피에 나섰고, 유동성은 사라졌다. 매도 주문이 폭주하자 스프레드는 벌어지고, 청산이 청산을 부르는 연쇄 반응이 이어졌다. 불과 60분 만에 약 190억 달러(26조 원)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증발했다. 시장의 시세판은 붉게 물들었고, 투자자 심리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은 무너진 만큼 빠르게 회복했다. 폭락 직후 10만 6천 달러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은 48시간 만에 11만 4천 달러대(약 114,600달러)로 반등했다. 하락폭의 대부분을 단 하루 만에 되돌린 셈이다. 이더리움은 9%, XRP는 9.4%, 솔라나는 8% 넘게 올랐다. ETF 자금도 다시 움직였다. 폭락 직전 한 주 동안 글로벌 암호화폐 ETF에는 약 59억 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이 유입됐다. 청산의 상처를 메운 것은 바로 이 기관 자금이었다. 글로벌 시장은 위험하지만, 동시에 자생력이 있다. 청산이 끝나면 유동성이 돌아오고, 시장은 다시 숨을 쉰다.

한국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레버리지가 불법인 한국 시장에는 청산이 없다. 하지만 자금도 없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올해 국내 5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124조 원이 해외 거래소로 유출됐다. 표면상으론 급락이 없었지만, 그 대신 시장이 서서히 비어갔다. 거래량은 급감했고, 가격은 완만히 내려앉았다. 외국인 자금과 기관 투자자가 빠져나가면서 국내 거래소의 유동성은 말라붙었다. 청산의 공포 대신 정체의 무기력이 찾아왔다.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규제가 촘촘하다. 실명계좌, 자금세탁방지, 외환규제, 레버리지 금지까지 완비됐다. 그러나 그 규제가 시장을 안전하게 지켜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시장의 활력을 꺾었다. 기관 자금이 빠져나가고, 개인 투자자만 남은 구조에서 신뢰는 불안정하다. 거래량이 줄면 가격 방어도 어렵다. 정부는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고립된 안전’만 남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규제를 푸는 일이 아니다. 제도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기관 중심의 선물·ETF 거래를 허용해 위험을 통제하면서도 유동성의 통로를 열어야 한다. 국내형 스테이블코인과 결제망을 구축해 자금이 국내에서 순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거래소의 보유 자산 증명(Proof of Reserve)과 내부 리스크 공시를 의무화해 시장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안전망은 필요하지만, 숨 쉴 구멍도 필요하다.

이번 폭락은 글로벌 시장의 탐욕이 만든 재앙이었지만, 한국 시장의 위기는 탐욕이 아닌 정체에서 비롯됐다. 청산을 막는다고 시장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유동성이 마르면 시장은 조용히 질식한다. 124조 원이 빠져나간 지금, 한국 암호화폐 시장은 이미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이 구조를 방치한다면, 다음 위기는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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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셔터

2025.10.14 06: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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