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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앙은행 없는 암호화폐 시장, 누가 시스템을 지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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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무너졌지만, 시스템을 지킨 신뢰의 불빛은 끝내 꺼지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은 불빛 — 혼돈의 시장에서 유일하게 작동한 엔진, 하이퍼리퀴드 /토큰포스트 일러스트

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은 불빛 — 혼돈의 시장에서 유일하게 작동한 엔진, 하이퍼리퀴드 /토큰포스트 일러스트

금요일 오후, 세계 자산시장이 갑자기 휘청거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과의 회담을 일방 취소하며 “희토류 수출 통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힌 직후였다. 불과 몇 시간 만에 100% 관세 부과 선언까지 나왔다. 세계는 다시 ‘무역전쟁’이라는 단어를 떠올렸고, 위험자산은 동시에 붕괴했다.

주식은 5% 이상 빠졌지만, 진짜 참사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터졌다. 비트코인은 한 시간 만에 13% 급락했고, 이더리움은 17%를 잃었다. 일부 알트코인은 ‘순간 0원’을 찍었다. 200억 달러가 넘는 포지션이 청산되며 시장은 순식간에 정전 상태로 돌입했다.

이 폭락은 단순한 정치 뉴스의 파급이 아니었다. 금융 시스템의 배관이 터진 것이다.

레버리지의 부메랑, 그리고 붕괴의 알고리즘

사태 전 이미 경고는 있었다. 파생상품 미결제약정은 사상 최고치였고, 자금조달 금리는 위험한 수준이었다. 시장의 유동성은 얇았고, 한 방향으로 쏠린 포지션만 넘쳐났다. 관세 뉴스가 터지자 청산 엔진이 일제히 작동했다. 거래소마다 강제 청산이 폭주했고, 시장조성자는 호가를 거둬들였다. 매수세가 사라진 시장에서 자동 청산은 폭탄이 되었다.

그 몇 분 사이, 거래소의 ‘자동 디레버리징(ADL)’이 발동됐다. 이 장치는 시장 전체의 청산을 막기 위한 최후의 밸브지만, 동시에 수익 중인 포지션까지 잘라내는 냉혹한 메커니즘이다. 결과적으로 “승자 없는 청산전쟁”이 벌어졌다.

하이퍼리퀴드, ‘중앙은행 없는 중앙은행’이 된 순간

그 혼란 속에서도 유일하게 멈추지 않은 곳이 있었다. 바로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다. 이 플랫폼은 2년 넘게 단 한 번의 부채도 없이, 100% 가동률을 유지해왔다. 이번이 그들의 첫 ‘크로스 마진 ADL(교차 마진 기반 자동 디레버리징)’이었다.

하이퍼리퀴드는 기존 거래소와 달리 모든 청산과 포지션 데이터를 온체인(블록체인 상)에 공개한다. 감추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일반 거래소들이 청산 규모를 축소 보고하거나 내부적으로 손실을 상쇄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그 투명성이 이번 사태에서 빛을 발했다.

핵심은 ‘HLP(Hybrid Liquidity Pool)’다. 이는 허가 없이 누구나 자금을 예치해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고, 필요할 때 ‘백스톱(Backstop)’—즉, 마지막 청산자 역할을 수행하는 풀이다. 이번 급락 중 HLP는 20분 사이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포지션을 인수하며 시장의 ‘최후의 매수자’가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완전한 탈중앙 시스템에서 단 하나의 알고리즘이 시장의 중심은행이 되어버린 셈이다.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의 크로스 마진 ADL(교차 마진 기반 자동 디레버리징) / 출처: @0xdoug

비판과 오해, 그리고 구조적 투명성

일부 경쟁 거래소들은 “하이퍼리퀴드가 청산을 과도하게 실행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이는 책임 회피에 가깝다. 금융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지급 능력(Solvency)과 가동률(Uptime)이다. 이를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하이퍼리퀴드의 구조는 투명했다. 유지증거금(maintenance margin)을 충족하지 못한 포지션은 즉시 청산되고, HLP가 시장의 남은 부실을 흡수한다. 그 과정에서 HLP의 일부 하위 볼트(child vault)는 일시적으로 자기 자본을 소진했다. 하지만 이는 설계된 희생이었다. 시스템 전체를 살리기 위한 일종의 방화벽이었다.

ADL은 예외적 조치다. 하이퍼리퀴드는 평소 ADL을 피하기 위해 HLP를 운용하지만, 이번에는 모든 백스톱이 한계에 다다른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하이퍼리퀴드는 단 한 건의 부채도 남기지 않았다. 반면 일부 중앙화 거래소들은 청산 정보를 축소 공시하거나,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겼다.

리바운드의 착시와 진짜 위기

플래시 크래시 이후 반등세는 극단적이었다. 카스파(KAS)는 486%, 폴카닷(DOT)은 390%, 수이(SUI)는 372%를 회복했다. 그러나 이는 ‘회복’이라기보다 ‘반사신호’에 가깝다. 신뢰가 돌아온 것이 아니라, 저가 매수세가 일시적으로 반짝인 것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여전히 주저앉아 있고, 거래량은 정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이 살아났다고 말하기에는, 배관이 아직 새고 있다.

플래시 크래시는 경고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가격 폭락이 아니다. 시장 구조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하이퍼리퀴드의 경우, 투명한 청산 메커니즘과 완전한 온체인 회계 시스템이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대다수 플랫폼은 여전히 폐쇄적 구조 속에서 거래자에게만 리스크를 전가하고 있다.

시장은 결국 복구될 것이다. 그러나 신뢰는 복구에 더 긴 시간이 걸린다. 이번 10월의 폭락은 역사서에 이렇게 기록될 것이다.

“시장은 버텼지만, 시스템의 배관은 터졌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도, 어떤 엔진은 끝내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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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 감사해요 후속기사 원해요 탁월한 분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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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 감사해요 후속기사 원해요 탁월한 분석이에요

디스나

2025.10.13 09:55:02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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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리치

2025.10.13 09:39:08

좋은기사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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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부자

2025.10.13 08:38:37

기사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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