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12만6천198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세상은 잠잠하다. 환호도, 불꽃도, 거래소 대기열도 없다. 이번 불장은 유례없이 조용하다.
한국은 지금 한가위 연휴다. 사람들은 차례상을 차리고, 송편을 빚고, 고향을 오간다. 그러나 같은 시각, 뉴욕과 런던의 자본은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ETF로, 트러스트로, 파생상품으로 비트코인을 쌓고 있다. 소음은 없지만 자금의 흐름은 거대하다.
새로 시장에 들어온 6천억 달러의 유동성 대부분은 기관 자금이다. 블랙록, 피델리티, 프랭클린 템플턴— 이 거대 자본들은 비트코인을 ‘상품’이 아닌 ‘자산’으로 다룬다. 리테일은 여전히 ‘가격’을 보고, 기관은 ‘유동성’을 본다. 이번 싸이클의 승부는 이미 시야의 차이에서 갈렸다.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은 불과 2년도 안 돼 1,680억 달러로 불어났다. “ETF는 거품의 끝”이라던 말은 이제 시장의 농담이 됐다. 기업 재무부서의 비트코인 보유액도 1,270억 달러를 넘겼다. ‘미쳤다’던 마이클 세일러는 이젠 ‘먼저 깬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스테이블코인 유통량은 3,150억 달러를 넘었지만, 그 누구도 트위터에서 환호하지 않는다. 그 유동성은 리테일의 돈이 아니다. 전문 자금, 펀드, 헤지—조용하지만 강한 손들이다.
벤처캐피털 자금은 줄지 않았다. 방향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제는 코인이 아니라, 코인을 둘러싼 인프라 — DATs(디지털 자산 기술) 기업에 투자한다. 돈은 떠난 게 아니다. 더 깊이 들어갔다.
온체인 데이터는 차분하게 말한다. 기관은 매수 중이고, 리테일은 매도 중이다. 앱 순위는 죽었다. 유튜브의 “떡상” 구호도 사라졌다. 대신 그래프의 아래쪽에서 ‘조용한 축적’이 이어진다.
비트코인은 중앙화를 거부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는 건 중앙의 자본이다. 아이러니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귀결이다. 탈중앙의 이상은 여전히 남았지만, 현실은 자본의 계산 아래 다시 짜이고 있다
이번 불장은 감정이 아니다. 구조다. 리테일은 쉬고 있고, 자본은 일하고 있다. 이번엔 개인이 시장을 이끌지 않는다. 그들은 뒤늦게 따라잡을 것이다.
한가위엔 달이 뜬다. 시장에도 달이 떴다. 하지만 이번 달빛은 차분하다. 고요한 달 아래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조용한 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