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NY Fed)이 미래 결제 인프라의 핵심으로 ‘비허가형(Permissionless) 시스템’을 지목했다. 결제가 금융의 ‘혈관’이라면, 그 안을 흐르는 피를 펌핑하는 심장은 바로 ‘대출(Lending)’과 그로 인한 ‘이자 수익(Yield)’이다.
지금 글로벌 금융 시장, 특히 핀테크 업계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더 이상 단순한 ‘송금 속도’ 경쟁이 아니다. 누가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고객에게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하느냐의 싸움이다. 그리고 데이터는 그 승자가 이미 정해져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국내 금융 기관들이 이 데이터를 뼈아프게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 데이터가 증명한 ‘이더리움 천하(天下)’… 그들만의 초격차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온체인 대출 수익(Lending Revenue)의 무려 79%가 이더리움 네트워크 위에서 발생하고 있다. 수많은 ‘이더리움 킬러’들이 더 빠른 속도와 저렴한 수수료를 외치며 등장했지만, 정작 거대 자본은 가장 신뢰할 수 있고 유동성이 풍부한 이더리움이라는 ‘본진(本陣)’을 떠나지 않은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내부의 독점 구조다. 전체 대출 수익의 87%가 단 하나의 프로토콜, ‘에이브(Aave)’에서 나온다. 이는 전통 금융으로 치면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 수준의 지배력을 가진 ‘초거대 디지털 은행’이 국경 없는 인터넷 세상에 이미 탄생했음을 의미한다.
■ 핀테크의 딜레마, “예쁜 앱만으로는 더 이상 못 버틴다”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자. 토스(Toss), 카카오뱅크 같은 혁신적인 ‘네오뱅크(Neobank)’들은 편리한 UX로 금융의 판도를 바꿨다. 하지만 이제 성장의 벽에 부딪혔다. 고금리 기조가 꺾이고 시중은행들의 디지털 추격이 거세지면서, 핀테크 기업들은 더 이상 ‘편리함’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고객들은 이제 묻는다. “그래서 내 돈을 맡기면 이자를 얼마나 더 줄 수 있습니까?”
기존 레거시 금융 인프라 안에서 획기적인 수익 상품을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이 ‘온체인(On-chain) 시장’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디파이(DeFi) 시장은 중개자를 없앤 효율성 덕분에 전통 금융 대비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 ‘카지노’에서 ‘인프라’로… 리스크를 통제하는 기술
문제는 ‘안전’이다. 리스크 관리(Risk Control)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고객 자금을 덜컥 스마트 컨트랙트에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등장하는 것이 바로 ‘네옥스(Neox)’와 같은 미들웨어 솔루션들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비전은 명확하다. 에이브(Aave)나 모포(Morpho), 스파크렌드(Sparklend) 같이 검증된 디파이 프로토콜에 ‘안전장치’를 씌워 전통 금융기관에 연결해 주는 것이다. ▲자동화된 리스크 통제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 강제 ▲프로그래밍 가능한 자산 배분 등은 그동안 ‘야생’에 머물던 디파이를 제도권 금융 상품으로 탈바꿈시키는 핵심 열쇠다.
■ 한국 금융, ‘트레이딩’ 도박판 넘어 ‘일드(Yield)’ 전쟁 준비해야
한국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우리는 여전히 업비트와 빗썸에서 코인을 사고파는 ‘시세차익형 트레이딩(Trading)’에만 함몰되어 있다. 하지만 글로벌 스마트 머니의 흐름은 이미 트레이딩을 넘어, 자산을 안전하게 예치하고 이자를 받는 ‘렌딩(Lending)’ 시장으로 깊숙이 이동했다.
뉴욕 연은이 비허가형 시스템의 가능성을 인정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월가(Wall St)는 이미 이더리움과 에이브가 만들어내는 막대한 현금 흐름(Cash flow)을 주시하고 있다.
국내 핀테크 기업들과 규제 당국도 이제 시각을 바꿔야 한다. 코인 시장을 투기판으로만 치부하고 문을 걸어 잠그는 동안, 글로벌 금융은 블록체인이라는 고속도로 위에서 ‘이자 수익’이라는 과실을 독점하고 있다. 79%라는 압도적인 숫자가 경고하고 있다. 미래 금융의 심장은 이미 블록체인 위에서 뛰고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