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장에서 공화당 케네디 의원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후보 케빈 워시에게 물었다. "당신은 대통령의 인간 꼭두각시(Sock Puppet)이 될 겁니까." 워시는 단호하게 답했다. "절대 아닙니다."
질문 자체가 이미 뉴스였다. 민주당 워런 의원이 먼저 워시를 "트럼프의 꼭두각시"라고 불렀고, 케네디 의원이 그 표현을 그대로 인용해 직접 확인을 요구한 것이다. 2006년 워시가 연준 이사로 인준될 때 초당파적 지지를 받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2시간 반의 청문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적 긴장 속에서 진행됐다. 그 긴장의 핵심에는 하나의 질문이 있었다. 워시는 독립적인 연준 의장이 될 수 있는가, 아니면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박에 굴복할 것인가.
암호화폐 시장이 이 질문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연준 의장이 누구냐에 따라 달러의 방향이 달라지고, 달러의 방향이 달라지면 비트코인의 매크로 환경이 달라진다. 워시 체제의 연준은 파월 체제보다 예측 가능성이 낮다. 그 불확실성 자체가 지금 시장이 가격에 반영하려 애쓰는 변수다.
■ 트럼프가 금리 약속을 받았는가
청문회의 가장 뜨거운 순간은 갈레고 민주당 의원의 질문이었다. 선서 증언으로 확인해달라고 했다.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사전에 약속하도록 요구한 적이 없다고. 워시는 확인했다. 그러자 갈레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거짓말하거나, 트럼프가 거짓말하는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해 12월 보도한 내용 — 워시가 트럼프에게 금리 인하를 약속하고 지명을 받았다는 — 을 직접 겨냥한 것이었다.
워시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 기자들은 더 나은 소식통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은 나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고, 나는 그런 약속을 하지 않겠습니다."
리드 민주당 의원이 연준 독립성에 대해 물었을 때 워시의 답변은 정교했다. 대통령을 포함한 선출직 관료들이 금리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통화정책의 운영상 독립성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독립성은 연준 스스로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를 직접 비판하지 않으면서도 독립 의지를 표현하는 정교한 줄타기였다. 그 줄이 얼마나 가는지는 의장이 된 이후에야 알 수 있다.
■ 워시가 원하는 연준, 세 가지 방향
정치적 공방 사이에서 워시는 자신의 구상을 드러냈다.
첫 번째는 금리 우선, 대차대조표 축소다. 워시는 거듭 강조했다. 통화정책의 주도적 수단은 금리여야 한다. 양적완화(QE)로 대차대조표를 확대하는 방식은 분배 효과가 부자에게 유리하게 기울지만, 금리는 모든 경제 주체에게 영향을 미친다. 구체적인 대차대조표 목표 수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연준이 장기 자산을 보유해 사실상 재정 당국처럼 기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암호화폐 시장 입장에서 이것은 중요한 신호다. 21Shares의 최근 리포트가 지적했듯, 비트코인은 연준 대차대조표 확대와 구조적 상관관계를 가진다. 2008년 첫 QE 직후 비트코인이 탄생했고, QE가 반복될 때마다 비트코인 수요는 강해졌다. 워시가 대차대조표 축소를 가속하면, 이 구조적 상관관계가 단기적으로 역풍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 개혁이다. 워시는 2020년 연준의 유연적 평균물가목표제(FAIT) 전환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금 더 많은 인플레이션을 원했는데, 훨씬 더 많이 얻었고 우리는 아직도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지표 개발을 첫 번째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물가안정의 정의는 단순했다. 아무도 물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상태.
세 번째는 소통 방식의 전환이다. 워시는 현재 연준의 만장일치 문화와 포워드 가이던스 남발을 비판했다. "겸손하고, 기민하고, 열린 중앙은행가"를 원한다고 했다. 반대 의견을 환영하는 "건강한 가족 싸움" 문화를 원한다고 했다. 이것은 파월 체제와의 명확한 결별 선언이다. 시장에 덜 친절한 연준이 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AI가 금리 인하의 근거가 될 수 있는가
청문회에서 예상치 못한 주제가 등장했다. AI가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가.
워시는 AI의 공급 효과가 수요 증가를 앞지를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생산성을 높이면 인플레이션 압력 없이 성장이 가능하고, 이것이 금리 인하의 여지를 만든다는 논리다. 트럼프가 2026년에 금리를 1%로 낮추길 원한다는 발언의 맥락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반 홀런 민주당 의원은 회의적이었다. 2026년에 금리 1% 인하를 정당화할 만큼 AI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워시는 직접적인 답을 피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 논의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만든다. AI 공급 효과가 빠르게 현실화되면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이 풀린다. 역사적으로 이 환경은 비트코인과 위험자산에 강한 순풍이었다. 반대로 AI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금리는 높게 유지된다. 이 경우 2022년과 유사한 거시 환경이 재현될 수 있다.
■ 5월 15일이라는 데드라인
지금 워싱턴의 시계는 하나를 가리키고 있다. 5월 15일. 파월의 연준 의장 임기가 끝나는 날이다.
인준의 핵심 변수는 공화당 틸리스 의원이다. 그는 법무부가 파월 현 의장에 대한 조사를 중단하기 전까지 워시 인준 표결을 진행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출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틸리스는 법무부 조사를 의회 조사로 대체하는 방안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옵션을 일축했다.
이 교착이 계속되면 5월 15일 전에 워시 인준이 완료되지 않을 수 있다. 파월이 의장 직무대행으로 잔류하길 원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반대한다. 연준 의장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연준 의장 공백은 달러와 금융시장에 즉각적인 불확실성을 만든다. 비트코인은 이 종류의 불확실성에 양방향으로 반응한다. 달러 약세 기대가 강해지면 상승 압력이 오고, 전반적인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면 하락 압력이 온다. 방향보다 변동성이 먼저 온다.
■ 한국 투자자가 읽어야 할 것
워시 청문회는 미국 정치의 문제만이 아니다. 세 가지 경로로 한국 시장에 직접 연결된다.
원달러 환율이 첫 번째다. 워시의 대차대조표 축소와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 강화는 달러 강세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이 이미 1,500원을 돌파했던 시장에서, 워시 체제의 연준은 추가적인 원화 압력이 될 수 있다. 신현송 총재가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을 말한 것은 이 변수를 이미 읽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매크로 환경이 두 번째다. 연준 의장 교체는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워시가 대차대조표 축소를 가속하면 유동성이 줄어든다. 반면 AI 논리로 금리를 빠르게 내리면 유동성이 풀린다. 두 시나리오는 비트코인에 반대 방향의 힘을 가한다. 방향이 확정되기 전까지 변동성이 높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CLARITY Act와의 연결이 세 번째다. 워시는 연준이 "자기 차선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규제는 그 차선 밖이다. 이것은 연준이 CLARITY Act 논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암호화폐 규제의 주도권이 SEC·CFTC와 의회에 집중되는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
■ 불확실성이 정책 그 자체다
워시가 원하는 연준은 "겸손하고 기민한" 연준이다. 시장에 미리 신호를 보내지 않는 연준이다. 반대 의견이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연준이다.
이것은 시장에게 불편한 연준이다. 파월 체제에서 시장은 포워드 가이던스에 익숙해졌다. 다음 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 사전에 상당 부분 예측할 수 있었다. 워시 체제에서는 그 예측 가능성이 낮아진다.
암호화폐 시장은 전통적으로 불확실성에 민감하다. 그런데 동시에 불확실성은 비트코인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중앙은행이 예측 불가능해질수록, 중앙은행에 의존하지 않는 자산의 가치 명제가 강해진다.
비트코인은 2009년 연준의 첫 번째 양적완화 직후 탄생했다. 워시가 그 양적완화의 유산을 청산하려 할 때, 비트코인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이 자산의 본질에 대한 또 하나의 시험이 될 것이다.
5월 15일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