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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민 칼럼] 달러는 블록체인으로, 위안화는 금으로… 통화 패권전쟁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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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스테이블코인, 중국은 ‘금의 출구’, 일본은 디지털자산 제도권 편입… 돈의 전쟁은 이제 화폐가 아니라 ‘금융 레일’을 둘러싼 경쟁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중국이 위안화에 ‘금으로 가는 출구’를 만들고 있다.

상하이금거래소(SGE)는 지난해 홍콩에 중국 본토 밖 첫 실물 금 인도 금고를 열었다. 위안화로 거래하고 실물 금을 인도받을 수 있는 계약도 함께 도입했다. 중국이 앞으로 싱가포르와 쿠알라룸푸르, 두바이, 리야드, 모스크바 등으로 이런 금고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중국이 금본위제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가치를 금에 고정하거나 모든 위안화를 일정 비율로 금과 교환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따로 있다.

위안화를 받은 사람이 필요할 경우 금으로 자산을 옮길 수 있는 경로를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위안화 국제화의 가장 오래된 약점은 중국 경제의 크기가 아니다. 자본통제다.

달러를 받으면 미국 국채도 사고, 주식도 사고,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 위안화는 그렇지 못하다. 중국과 무역을 하고 위안화를 받아도 그 돈을 어디에 보관하고 무엇에 투자할 것인지가 늘 문제였다.

금은 이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금은 중국의 신용을 믿을 필요도, 미국의 신용을 믿을 필요도 없는 자산이다. 세계 어느 주요 금융허브에서도 거래할 수 있다.

중국은 위안화를 금으로 보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위안화에서 금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선택지를 추가하는 것에 가깝다.

통화 전략으로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변화다.

■ 달러는 이제 인터넷 위에서 움직인다

미국은 완전히 다른 길을 택했다.

금을 끌어오는 대신 달러를 블록체인에 올리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제정한 GENIUS Act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미국 금융질서 안으로 본격 편입시켰다.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을 현금과 단기 미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뒷받침하도록 규정하고, 발행과 감독의 틀을 마련했다.

중요한 것은 미국 정부가 이를 단순한 암호화폐 규제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에서 사용될수록 달러 수요가 늘고, 준비자산으로 쓰이는 미 국채에 대한 수요도 커진다.

과거 달러를 세계로 운반한 것은 은행이었다.

뉴욕 금융시장과 미국 국채, 국제은행 네트워크, SWIFT가 달러 패권을 만들었다.

이제 그 위에 새로운 층이 하나 추가되고 있다.

블록체인이다.

아프리카의 개인도, 남미의 기업도, 아시아의 AI 에이전트도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고 거래할 수 있다.

은행 계좌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다.

미국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통해 정부가 직접 디지털 달러를 배포하기보다 민간기업들이 달러를 블록체인 위에 확산하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말하자면 달러 패권의 민간 아웃소싱이다.

미국 정부는 발행하지 않는다.

대신 세계의 핀테크와 거래소, 블록체인 기업이 대신 달러를 퍼뜨린다.

그리고 그 뒤에는 다시 미국 국채가 놓인다.

■ 중국은 금을 ‘신뢰의 다리’로 쓴다

중국에는 미국처럼 개방된 자본시장이 없다.

미 국채처럼 세계 중앙은행과 기관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압도적인 안전자산 시장도 부족하다.

중국이 세계 최대 무역국 중 하나로 올라섰는데도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이 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이유다.

중국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하기보다 우회로를 만들고 있다.

그 우회로가 금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금 생산국이자 소비국 가운데 하나이고, 상하이금거래소를 중심으로 거대한 실물 금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중앙은행도 금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의 공식 금 매입은 올해 7월까지 21개월 연속 이어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금 산업 정책에서도 금을 ‘전략성 광물자원’으로 명시하며 자원·산업·금융안보 차원의 중요성을 높였다.

이 흐름에 해외 금고망이 붙는다.

중국과 거래한 기업이 위안화를 받고, 그 위안화로 금을 산 뒤 홍콩이나 향후 다른 국제금융 허브에서 실물을 인도받을 수 있다면 위안화를 오래 보유해야 하는 부담은 줄어든다.

중국이 세계에 “위안화를 믿으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전략이다.

위안화를 완전히 믿지 않아도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특히 중국과 에너지·원자재 거래를 확대하면서도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는 국가들에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중국은 달러를 당장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달러가 없어도 거래를 끝낼 수 있는 두 번째 길을 조금씩 만들고 있다.

■ 일본은 코인을 금융시장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일본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세계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처럼 움직일 수도 없고, 중국처럼 금과 무역을 연결하는 전략을 펼칠 위치도 아니다.

대신 일본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제도화다.

일본은 2023년부터 은행, 자금이동업자, 신탁회사 등 규제받는 주체가 법정통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일본 최초의 엔화 표시 스테이블코인도 실제 발행됐다.

올해는 한 걸음 더 나갔다.

일본 국회는 7월 금융상품거래법과 자금결제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암호자산을 기존 금융상품 규제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향을 법제화했다.

아직 전면 시행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암호자산을 기존 금융 바깥에 존재하는 별도의 ‘코인 시장’으로 두지 않고 투자자 보호와 공시, 거래 규율이 작동하는 제도권 금융의 일부로 편입하려는 것이다.

세제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재 최대 55%에 이를 수 있는 암호자산 소득의 종합과세를 일정 요건 아래 주식과 비슷한 분리과세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고, 암호자산 ETF를 염두에 둔 제도 정비도 진행되고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 금융청은 국채·회사채·펀드·주식 등 기존 금융상품의 권리를 블록체인 위에서 이전하고, 거래대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는 실증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행도 중앙은행 준비금의 토큰화 가능성을 내부 샌드박스에서 검토하고 있다.

아직 실험 단계다.

하지만 일본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읽을 수 있다.

코인을 제도권에 들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금융시장 자체를 디지털 레일과 연결하려는 것이다.

■ 미국·중국·일본, 서로 다른 세 개의 답

세 나라가 택한 길은 모두 다르다.

미국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했다.

달러와 미 국채를 블록체인 위로 확장한다.

중국은 금으로 가는 출구를 만들고 있다.

위안화의 자본통제라는 약점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중립자산인 금으로 일부 보완하려 한다.

일본은 제도권 편입을 택했다.

암호자산과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증권, 기존 금융기관을 하나의 규제체계 안에서 연결하려 한다.

수단은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자국의 통화와 금융시장이 다음 금융질서에서 주변부로 밀려나지 않게 하는 것.

통화 패권의 의미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 국제무역 결제에서 위안화가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지를 봤다.

앞으로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세계의 스테이블코인은 어떤 통화로 발행되는가.

토큰화된 주식과 채권은 어떤 통화로 거래되는가.

AI 에이전트는 무슨 돈으로 결제하는가.

국경 간 거래는 어느 네트워크에서 정산되는가.

디지털 지갑 안에서 세계인이 가장 많이 보유하는 통화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돈을 다른 자산으로 바꾸고 싶을 때 얼마나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가.

이것들이 통화 경쟁의 새로운 지표가 될 것이다.

■ 돈의 힘은 결국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달러가 강한 것은 미국 정부가 강해서만이 아니다.

세계가 달러를 중심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원유도 달러로 사고, 원자재도 달러로 거래한다. 기업들은 달러로 빚을 내고 중앙은행은 달러를 준비자산으로 쌓는다. 뉴욕 금융시장은 세계 자본의 피난처다.

통화는 결국 네트워크다.

사용자가 많을수록 강해지고, 강할수록 다시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인다.

블록체인은 이 네트워크 효과를 더욱 강하게 만들 수 있다.

국경도 없고 은행 영업시간도 없다.

돈과 자산이 하루 24시간 움직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누가 가장 좋은 화폐를 발행하는가’가 아닐 수 있다.

누가 가장 넓은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하는가.

그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패권 문제로 보는 이유다.

중국이 금고를 단순한 귀금속 보관시설이 아니라 위안화 국제화의 인프라로 보는 이유도 같다.

일본이 암호자산 규제 하나를 고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스테이블코인, 증권, 은행예금, 중앙은행 화폐까지 연결하려는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 한국은 아직 ‘누가 발행할 것인가’를 놓고 싸운다

문제는 한국이다.

미국은 달러를 블록체인 위로 확장하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에서 금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고 있다.

일본은 암호자산을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하는 법제를 마련하고 기존 금융시장 자체의 온체인화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 제도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논쟁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누가 발행할 것인가”, “은행이 어느 정도 참여해야 하는가”, “어느 기관이 감독할 것인가”에 머물러 있다.

물론 중요한 문제다.

통화 안정성과 금융안정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만 논쟁하다 보면 더 큰 질문을 놓칠 수 있다.

원화를 다음 금융 레일에서 어떻게 사용하게 할 것인가.

외국인이 블록체인 위에서 한국 국채를 살 때 어떤 돈으로 결제하게 할 것인가.

한국 기업이 해외에 서비스를 팔고 10달러, 100달러의 소액대금을 받을 때 어떤 결제망을 이용하게 할 것인가.

한국의 게임과 콘텐츠, AI 서비스가 전 세계 이용자에게 판매될 때 달러 스테이블코인만 사용하게 할 것인가.

AI 에이전트끼리 스스로 거래하는 시대가 열렸을 때 한국의 에이전트는 어떤 통화를 사용할 것인가.

한국의 부동산과 채권, 콘텐츠 수익권, 지식재산권이 토큰화된다면 그 시장의 기준 통화는 무엇이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한국도 금융의 디지털화에는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원화는 그 디지털 금융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한국인이 만든 서비스 안에서조차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기본 결제수단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것이 통화 패권의 무서운 점이다.

점령군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더 편리한 돈을 선택하는 순간 조용히 넘어간다.

세계 통화질서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달러의 금융시장과 군사·경제적 기반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위안화에는 자본통제라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일본의 여러 실험 역시 실제 금융시장에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질서는 언제나 인프라부터 깔린다.

철도가 깔린 뒤 도시가 생겼고, 인터넷망이 깔린 뒤 플랫폼 기업이 등장했다.

돈도 다르지 않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금융의 철도가 깔리고 있다.

미국은 그 위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그 철도에서 내려갈 수 있는 곳에 금으로 가는 출구를 만들고 있다.

일본은 기존 금융시장을 그 철도와 연결하기 시작했다.

21세기 통화 패권은 중앙은행 금고에 얼마나 많은 달러와 금을 쌓아두었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세계의 돈과 자산이 어느 레일 위에서 움직이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은 움직였다.

중국도 움직이고 있다.

일본도 제도권 금융의 문을 열었다.

한국이 물어야 할 질문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코인을 허용할 것인가가 아니다.

다음 시대의 돈이 움직이는 길에서 원화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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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 감사해요 후속기사 원해요 탁월한 분석이에요

비트이더

2026.08.29 18:23:52

탁월한 분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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