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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비트코인의 진짜 리스크는 차트가 아니라 워싱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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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자산이 ‘한쪽 정당의 자산’이 되면 가격은 정권의 함수가 된다

 TokenPost.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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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6만 달러 초중반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1년 전 10만 달러를 웃돌던 가격과 비교하면 약 40% 빠진 수준이다. 지난해 사상 최고가와 견주면 낙폭은 더 깊다. 현물 ETF가 열렸고, 월가의 자금이 들어왔다. 실리콘밸리와 X, 옛 트위터의 상당수 여론도 비트코인을 지지했다. 미국에는 역사상 가장 친디지털자산적인 행정부가 들어섰다. 그런데도 비트코인은 여섯 자릿수를 지키지 못했다.

시장은 이를 단순한 가격 조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차트보다 깊다. 지금 디지털 자산 시장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양자컴퓨터도, 사토시의 잠든 지갑도, 다음 분기 거시지표도 아니다. 진짜 위험은 정치다. 디지털 자산이 특정 진영의 상징이 되는 순간, 그 자산의 가격은 기술과 수요가 아니라 선거와 정권 교체의 영향을 받게 된다.

질문은 명확하다.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을 되찾고, 2028년 백악관까지 가져간다면 디지털 자산 정책은 어디로 갈 것인가. 비트코인의 다음 리스크는 차트 안에 있지 않다. 워싱턴의 권력 지도 위에 있다.

디지털 자산은 어느새 정치적 정체성이 됐다

지난 몇 년 사이 디지털 자산은 금융기술의 영역에서 정치적 정체성의 영역으로 옮겨갔다. 공화당은 이를 혁신, 경제적 자유, 정부 통제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끌어안았다. 민주당은 소비자 보호, 금융감독, 시장 규율의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 정책 노선이 갈리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이 차이가 정책 논쟁을 넘어 진영 대결의 깃발이 됐다는 데 있다.

이달의 스페이스X 상장은 그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6월 12일 나스닥에 데뷔했다. 약 1.75조 달러 안팎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주당 135달러 고정가에 약 750억 달러를 조달하는 대형 거래였다. 상장 이틀 전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폴 앳킨스 SEC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일정 연기를 요구했다. 상장 당일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SEC가 부적절한 IPO를 승인했다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했다. 머스크가 압도적 의결권을 쥔 지배구조, 인덱스 편입에 따른 퇴직연금 가입자의 위험 노출 가능성이 비판의 핵심이었다.

스페이스X는 디지털 자산 기업이 아니다. 그러나 이 충돌이 드러낸 정치 지형은 디지털 자산 시장이 놓인 자리와 맞닿아 있다. 한쪽에는 머스크와 트럼프, 자본시장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진영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워런으로 상징되는 감독과 보호의 진영이 있다. 비트코인은 이미 그 전선의 한쪽에 서 있는 자산처럼 인식되고 있다.

이는 위험한 변화다. 디지털 자산은 본래 특정 정당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기술은 정권보다 오래가야 하고, 시장은 선거보다 넓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흐름은 정반대다. 디지털 자산이 혁신 인프라가 아니라 정치적 신호가 되고 있다.

호재를 다 쓴 뒤의 베팅은 비트코인이 아니라 권력 지도다

약세론의 논리는 단순하다. 현물 ETF, 월가 자금, 우호적 연방정부, 2025년 7월 통과된 스테이블코인 법안인 GENIUS Act, 하원을 통과해 상원 은행위원회까지 올라간 시장구조법 CLARITY Act까지 등장했다. 그런데도 가격이 여섯 자릿수에서 밀려났다면 남은 상승 동력은 무엇인가.

이 지점에서 투자자는 불편한 현실을 봐야 한다. 지금 비트코인을 사는 것은 더 이상 비트코인 자체에만 베팅하는 일이 아니다. 친디지털자산 SEC, 친디지털자산 백악관, 친디지털자산 의회 다수파가 유지될 것이라는 정치적 전제에 베팅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 전제가 흔들리면 손익은 차트가 아니라 개표 결과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

이미 그 전제는 흔들리고 있다. 예측시장에서는 민주당의 하원 탈환 가능성이 높게 반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경제 분야 지지율도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생활물가 부담은 선거의 핵심 의제가 되고 있다. 일부 투자은행은 CLARITY Act 입법이 중간선거 이후로 밀릴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이 다수파 전환을 기다리며 표결을 늦추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분점 정부에서도 행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은 남아 있다. 행정명령, 인사, 예산조정, 감독 방향 조정은 여전히 강력하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문제다. 제도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한 정권의 의지에 의존하는 자산은, 정권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흔들린다. 시장이 가장 적게 말하지만 가장 크게 당할 수 있는 위험이 여기에 있다.

한국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미국의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디지털 자산 정책도 빠르게 정치화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친디지털자산 어젠다는 분명하다.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토큰증권 법제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신설 등이 줄지어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는 분명한 순풍이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취약성이다. 지금의 정책 흐름이 초당적 제도라기보다 특정 정부의 공약과 추진력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자산의 가치가 정권의 어젠다에 묶이면 그 자산은 정권과 함께 출렁인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금융당국 내부 이견, 통화 안정성을 우려하는 한국은행의 신중론, 지연돼 온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은 아직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신호다. 정권이 바뀌거나 정치적 동력이 식으면 오늘의 순풍은 내일의 역풍이 될 수 있다.

한국 시장은 특히 더 취약하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고, 거래소 의존도가 크며, 법인과 기관 참여는 제한적이다. 산업의 저변은 넓어졌지만 제도의 골격은 아직 얇다. 이런 시장에서 정부의 한마디는 정책 발표를 넘어 가격 신호가 된다. 대통령의 공약은 투자 테마가 되고, 감독당국의 경고는 매도 신호가 된다. 이 구조를 방치하면 디지털 자산은 혁신 산업이 아니라 정권 테마주가 된다.

정권 테마주는 오래가지 못한다.

필요한 것은 친디지털자산 정부가 아니라 뒤집히지 않는 제도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친디지털자산 정부의 속도전에 취해선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반디지털자산 정부가 들어서도 하루아침에 뒤집을 수 없는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디지털 자산을 정권의 성과물이 아니라 국가 금융 인프라로 만들려면 최소한 다섯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디지털자산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이벤트 기구에 머물러선 안 된다. 대통령 직속 기구는 추진력은 강하지만 정권 색깔도 강하다. 정권이 바뀌면 위상이 낮아지거나 폐지될 수 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국회, 거래소, 학계,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초당적 상설 협의체로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디지털 자산 정책이 정권 사업이 아니라 국가 인프라가 된다.

둘째, 현물 ETF와 스테이블코인은 허용 여부보다 허용 조건을 법에 명확히 담아야 한다. 어느 정부가 허용하면 열리고, 다음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닫히는 시장은 성숙한 시장이 아니다. ETF는 기초자산 요건, 수탁 기준, 시장조작 방지 장치, 투자자 고지 의무를 명문화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주체, 준비자산, 상환권, 외부 감사, 한국은행과의 관계를 법률로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정부가 들어서도 정책이 흔들리지 않는다.

셋째, 거래소의 상장·상장폐지·공시 기준을 정치가 아니라 규칙으로 묶어야 한다. 한국 디지털 자산 시장의 가장 큰 약점은 거래소 중심 구조다. 특정 정부가 진흥을 외치면 시장이 과열되고, 다음 정부가 단속을 외치면 얼어붙는다. 상장 심사, 유통량 공시, 내부자 거래, 프로젝트 주요 변경 공시, 상장폐지 절차를 표준화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와 산업 육성이 충돌하지 않으려면 시장 규율이 먼저 서야 한다.

넷째, 법인과 기관 참여를 열되 책임 있는 참여 기준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한국 시장은 개인 투자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시장을 성숙시키려면 법인과 기관 자금이 들어와야 한다. 그러나 무작정 문을 열면 또 다른 투기장이 된다. 회계처리, 내부통제, 수탁, 위험공시, 이사회 승인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디지털 자산 시장 확대가 ‘코인판 확장’이 아니라 자본시장 편입이 된다.

다섯째, 여야가 최소한의 공동 원칙에 합의해야 한다. 투자자 보호, 불공정거래 금지, 준비자산 투명성, 거래소 책임, 공시 의무는 정권에 따라 바뀔 문제가 아니다. 산업 육성의 속도와 방식은 다르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기본 규칙까지 선거 결과에 따라 뒤집혀서는 안 된다.

디지털 자산의 성숙은 탈정치화에서 시작된다

성숙한 자산시장은 누가 집권하든 흔들리지 않는 제도 위에 선다. 미국이 불과 몇 년 전 게리 겐슬러 SEC의 ‘집행을 통한 규제’에서 GENIUS와 CLARITY로 급선회한 것 자체가 정책이 얼마나 쉽게 뒤집힐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은 그 장면을 보고 배워야 한다. 같은 실수를 더 작은 시장에서 반복하면 충격은 더 크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위험은 양자컴퓨터가 아니다. 사토시의 잠든 지갑도 아니다. 다음 분기 물가 지표도 아니다. 디지털 자산이 스스로를 한쪽 진영의 정치 티커로 만들도록 내버려 둔 것, 그것이 가장 깊은 위험이다. 자산의 운명을 차트가 아니라 개표 결과에 맡긴 셈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친디지털자산 정부의 속도전을 즐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속도전이 정권의 색깔에 갇히지 않도록 제도적 브레이크와 안전벨트를 함께 다는 일이다. 디지털 자산 산업에 필요한 것은 더 큰 구호가 아니라 더 오래가는 규칙이다.

대통령의 공약으로 열린 시장은 대통령의 지지율과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법률과 감독 원칙으로 열린 시장만이 정권을 넘어 살아남는다.

한국도 선택해야 한다. 디지털 자산을 정권의 성과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정권을 넘어서는 시장 인프라로 만들 것인가. 전자는 빠르지만 약하다. 후자는 느리지만 오래간다.

자산시장에서 오래가는 쪽이 결국 이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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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1 00: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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