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통령이 될지, 어느 팀이 축구 경기에서 이길지, 유명인이 방송에서 무슨 단어를 말할지에 돈을 건다. 배당률 대신 확률을 보여주고, 매수·매도 주문창을 붙인다. 돈을 거는 사람은 ‘투자자’나 ‘트레이더’로 불린다. 최근 급성장하는 예측시장의 모습이다. 화면은 증권 거래 앱을 닮았지만, 결과 하나에 따라 돈을 따거나 잃는 구조는 그대로다.
이 시장에서 누가 돈을 버는지 보여주는 통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올해 5월 보도한 분석에 따르면, 2022년 11월 이후 거래한 폴리마켓 계정 약 160만 개 가운데 0.1%가 분석상 이익의 67%를 차지했다. 2,000개 미만의 계정이 약 5억 달러의 이익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계정 수가 실제 사람 수와 같지는 않고, 나머지가 모두 손실을 봤다는 뜻도 아니다. 그러나 이익이 극소수에 집중됐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사업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로빈후드에서 올해 8월 거래된 이벤트 계약은 47억 건에 달했다. 코인베이스는 올해 2분기 예측시장 계약 거래와 매출이 전분기보다 106% 늘었다고 밝혔다. 플랫폼에는 유망한 신사업이다. 그렇다고 이용자에게도 유망한 재테크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예측시장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어렵지 않다. 주식의 재무제표는 낯설어도 축구와 정치는 익숙하다. 매일 뉴스를 보고 경기를 챙겨보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내가 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을 잘 아는 것과 그 사건에 돈을 걸어 수익을 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어떤 팀이 이기면 1달러를 받는 계약을 80센트에 샀다고 하자. 이기면 20센트를 벌고, 지면 80센트를 잃는다. 같은 조건에서 다섯 번 중 네 번을 맞혀도 한 번 틀리면 번 돈이 사라진다. 수수료까지 내면 손해다. 열심히 분석해 높은 적중률을 기록하고도 돈을 잃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결과를 맞히는 능력이 아니다. 현재 가격에 반영된 예상보다 더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다. 누구나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팀에 돈을 거는 것만으로 쉽게 수익을 낼 수 없는 이유다.
거래 상대방도 생각해야 한다. 칼시는 2024년 서스퀘하나 계열사를 첫 전담 기관 시장조성자로 영입했다. 시장조성자는 매수·매도 가격을 제시하며 거래를 돕는 전문업체다. 개인이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넣는 시장에 전문 금융회사가 함께 들어와 있는 것이다.
전문업체의 참여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이들은 거래를 원활하게 하고 가격 차이를 줄이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개인은 상대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전문업체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격을 계산하며 여러 거래에 위험을 나눈다. 개인이 경기 한 번의 승패에 집중할 때, 전문업체는 수많은 거래에서 작은 이익을 쌓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참가 버튼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정보와 분석 능력, 주문 속도, 자금력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구나 비슷한 승산을 가진 것처럼 설명해서는 안 된다.
예측시장에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사람의 판단을 모아 미래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특정 사건 때문에 손실을 볼 기업에는 위험을 줄이는 수단이 될 여지도 있다. 실제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날씨와 원자재, 기업 실적 관련 계약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사업상 위험을 줄이려는 거래와 유명인이 방송에서 특정 단어를 말할지에 돈을 거는 행위를 같은 가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예측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모든 베팅이 생산적인 금융 활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위험 관리라는 명분을 앞세워 일상의 모든 순간을 돈 거는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주식 투자와의 차이도 분명하다. 주주는 기업이 생산하고 이익을 늘리는 과정에서 그 성과를 나눌 수 있다. 단순한 이벤트 계약에서는 계약 자체가 새로운 이익이나 배당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결과에 따라 참여자 사이에서 돈이 나뉘고 거래 비용이 빠져나간다. 주식에도 투기가 있지만, 그렇다고 두 상품을 같은 자산 형성 수단처럼 소개할 수는 없다.
플랫폼과 이용자의 이해관계도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수수료를 받는 사업자는 거래가 잦아질수록 돈을 벌 기회가 늘어난다. 이용자는 거래를 멈추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길일 수 있다. 플랫폼이 발표하는 거래량과 매출 증가를 이용자의 성공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제 예측시장 업체들은 거래량 옆에 고객의 손익을 내놓아야 한다. 일정 기간 돈을 번 계정과 잃은 계정은 각각 얼마나 되는지, 수수료를 빼고도 이익이 남았는지, 손실은 어디에 집중됐는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 큰돈을 번 소수의 사례를 보여주려면 다수가 거둔 결과도 함께 보여줘야 한다.
결과 판정 기준과 이해충돌 관리도 중요하다. 무엇을 적중으로 인정하고 어느 자료를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계약 전에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결과를 미리 알거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의 거래를 어떻게 막을지도 설명해야 한다. 시장이 커진 뒤 사고가 터질 때마다 규칙을 손보는 방식으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국내에서도 예측시장을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검토한다면 이용자 보호를 사업 확장의 부속 항목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손실 한도와 이용 중단 장치, 과도한 거래를 유도하는 홍보에 대한 기준을 처음부터 함께 설계해야 한다. 언론도 예측시장에 표시된 확률을 미래의 정답처럼 전달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은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술이 사람들의 자신감과 조급함을 자극해 돈을 걸게 만드는 데 쓰인다면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 혁신 여부는 화려한 주문창이나 거래량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구나 돈을 걸 수 있게 하는 것은 쉽다. 누구나 위험을 제대로 알게 하는 것이 플랫폼의 책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