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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웹3, 기술 자랑 그만하고 쓸모를 증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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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웹3, 기술 자랑 그만하고 쓸모를 증명하라

웹3 산업은 지난 10여 년간 너무 많은 것을 설명했다. 블록체인, 탈중앙화, 토큰경제, 영지식증명, 레이어2…. 기술은 갈수록 정교해졌고 설명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의 삶이 무엇이 편해졌는가.

이용자는 블록체인을 쓰고 싶은 것이 아니다. 송금 수수료를 덜 내고 싶고, 자산을 더 쉽게 거래하고 싶고, 자신의 돈과 데이터를 더 안전하게 지키고 싶은 것이다. 기술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런데 웹3 산업은 오랫동안 수단을 목적처럼 팔았다.

새로운 블록체인이 나오면 초당 몇 건을 처리하는지를 자랑했다. 새로운 코인이 나오면 토크노믹스를 설명했다. 탈중앙화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반 이용자에게 돌아온 것은 복잡한 지갑과 어려운 용어, 그리고 급등락하는 가격이었다.

결국 ‘혁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투기’가 차지했다.

한국은 특히 심했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암호화폐 거래가 활발했지만 블록체인으로 국민 생활의 불편을 해결한 대표적인 서비스를 꼽으라면 선뜻 떠오르는 것이 많지 않다. 코인의 가격은 기억하지만 그 코인이 무엇을 해결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이것을 규제 탓만 할 수는 없다.

산업 스스로 기술을 먼저 만들고 그 뒤에 사용처를 끼워 맞추는 일을 반복했다.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만든 뒤 블록체인이 필요한지 따지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을 만들어 놓고 어디에 쓸지를 찾았다.

순서가 거꾸로였다.

인터넷은 그렇게 성장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받아들인 것은 TCP/IP가 훌륭해서가 아니다. 이메일이 편지보다 빨랐고, 검색이 도서관을 뒤지는 것보다 편했고, 온라인 쇼핑이 직접 매장에 가는 것보다 쉬웠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일반 소비자는 반도체의 공정이나 운영체제 구조를 몰라도 된다. 손가락 몇 번 움직여 택시를 부르고, 은행 업무를 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쓴다.

좋은 기술은 사용자가 기술을 의식하지 않게 만든다.

웹3도 그래야 한다.

앞으로 한국에는 토큰증권(STO), 스테이블코인, 실물자산 토큰화(RWA) 등 새로운 제도가 본격적으로 들어온다. 산업은 또다시 새로운 전문용어를 쏟아낼 것이다.

그러나 STO라는 이름 자체에는 아무 가치가 없다.

수십억원짜리 자산을 일반 투자자가 적은 돈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가. 중소기업이 기존보다 싸고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가. 발행과 거래 과정의 중개 비용을 줄일 수 있는가.

그 결과가 있어야 의미가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 위에 원화를 올려놓았다고 혁신이 되는 것이 아니다.

해외 송금이 지금보다 싸지는가. 기업 간 결제가 빨라지는가. 콘텐츠 제작자가 해외에서 받은 소액 대금을 은행 수수료에 빼앗기지 않고 받을 수 있는가. AI 에이전트가 사람 없이도 거래를 할 수 있는가.

그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테이블코인도 결국 또 하나의 코인일 뿐이다.

웹3 업계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또다시 강세장을 혁신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오르고 알트코인이 몇 배씩 뛰면 이용자가 몰려온다. 거래량이 늘고 투자금이 들어온다. 업계는 이를 ‘대중화’라고 부른다.

그러나 가격이 떨어지는 순간 이용자가 함께 사라진다면 그것은 산업의 성장이라기보다 투기 사이클이다.

진짜 산업은 가격이 떨어져도 사람들이 사용한다.

카카오톡 주가가 내려간다고 국민이 메신저를 지우지 않는다. 검색기업의 주가가 폭락한다고 사람들이 검색을 멈추지 않는다.

서비스 자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웹3도 그 단계로 가야 한다.

앞으로 성공하는 블록체인 서비스는 아마 ‘블록체인 서비스’처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사람은 그냥 송금하고, 투자하고, 게임하고, 콘텐츠를 사고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블록체인이 사용되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

그래야 정상이다.

산업도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떤 체인을 쓰는가”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없애는가”​를 물어야 한다.

“토큰을 어떻게 발행할 것인가”보다 “왜 토큰이 필요한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중앙화 서비스가 더 싸고 편리하면 중앙화 방식을 쓰면 된다. 블록체인이 비용을 줄이고 신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만 블록체인을 쓰면 된다.

이 당연한 원칙을 웹3 산업은 너무 오래 외면했다.

기술은 발전했는데 이용자는 늘지 않았고, 프로젝트는 쏟아졌는데 생활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기술 자랑은 충분하다.

한국 웹3 산업이 다음 단계로 가려면 이용자 앞에서 증명해야 한다.

더 싸게 만들었는가.

더 빠르게 만들었는가.

더 안전하게 만들었는가.

없던 기회를 만들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화려한 기술도 시장에서는 의미가 없다.

웹3는 이제 기술을 팔 것이 아니라 쓸모를 팔아야 한다.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쓰면서도 그것이 블록체인인지 신경 쓰지 않는 날, 그때 비로소 웹3는 투기의 이름을 벗고 산업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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