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서 불이 난 벌크선 나무호의 사고 원인이 외부 공격으로 확인되면서, 이 선박에 적용될 보험의 종류와 실제 보상 규모, 지급 시점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는 국내 해운사가 운용하는 선박이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맞물려 피해를 본 사례라는 점에서, 일반 선박보험을 넘어 전쟁보험 특약이 본격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HMM이 운용하는 파나마 국적 중소형 벌크 화물선 나무호는 현대해상,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5개 손해보험사를 통해 선박보험과 전쟁보험 특약에 가입해 있다. 두 보험의 최대 보상한도는 각각 약 1천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론적으로는 사고가 전쟁 행위와 직접 관련이 있는지와 무관하게 최대 1천억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지만, 정부가 외부 공격에 따른 피해로 원인을 확인한 만큼 실제 보상은 전쟁보험 특약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국면에서 국내 관련 선박이 전쟁보험 특약을 적용받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다만 곧바로 최대한도 보상이 이뤄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험 계약상 1천억원 전액 지급은 전손, 다시 말해 수리를 해도 선박 기능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일 때 가능한 구조다. 현재까지 공개된 선체 사진과 업계 판단을 종합하면 나무호는 기관실 화재로 자력 운항은 어렵지만, 선체가 크게 부서지거나 침수된 정도는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엔진처럼 핵심 장비가 손상됐을 가능성은 남아 있고, 두바이항까지 예인하는 비용과 수리를 위해 머무는 정박 비용도 보험금 산정에 포함될 수 있어 실제 손해액은 수리 범위와 기간에 따라 커질 수 있다. 현재는 5개사 가운데 가장 큰 지분을 가진 현대해상이 간사 역할을 맡아 현지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보험금이 실제로 지급되는 시점은 상당히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선박보험은 통상 수리가 끝난 뒤 전체 비용을 확정하고 손해액을 최종 산정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 주요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하거나 외부에서 공수해야 하면 수리 기간이 수개월로 길어질 수 있고, HMM도 1~2개월 안에 복구를 마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피격 선박 보상 사례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대형 보험금은 조사와 정산 절차가 복잡해 수리 완료 이후에도 수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본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종 보험금 지급이 1~2년 뒤로 넘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보험사들의 실제 부담은 겉으로 보이는 보상한도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계약에서는 현대해상의 지분이 가장 크고, 나머지 4개사는 각각 10~20% 안팎을 나눠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더 중요한 점은 이들 손해보험사가 전체 위험의 상당 부분을 재보험사에 넘겨놓았다는 것이다. 재보험은 보험사가 다시 다른 보험사에 위험을 분산하는 장치인데, 여기에 일정 금액을 넘는 손해는 재보험사가 추가로 부담하는 초과손해액 재보험까지 더해져 있다. 결국 나무호 사고는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해운과 보험시장을 동시에 흔드는 사건이지만, 실제 손보업계 재무 부담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중동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의 보험료와 보장 조건, 전쟁 위험에 대한 심사 기준을 한층 까다롭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