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이 자회사 KDB생명을 올해 안에 민간에 넘기는 것을 목표로 일곱 번째 매각 절차를 시작했다. 여러 차례 매각이 무산됐던 만큼 이번에는 거래 조건에 유연성을 두고 성사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점이 핵심이다.
산업은행은 4월 24일 KDB생명 주식 1억1천632만2천58주에 대한 매각 공고를 낸다고 23일 밝혔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지분 99.75%를 가진 최대주주로, 사실상 경영권 전체를 시장에 내놓는 셈이다. 앞서 4월 17일에는 삼일회계법인을 매각 주간사로 선정해 실무 작업에 들어갔고, 앞으로 예비입찰과 본입찰을 거쳐 올해 3분기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한 뒤 연내 거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매각 추진은 보험업계 재편 흐름과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의 역할 재정비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산업은행은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 지원 같은 정책금융 기능에 역량을 더 집중할 필요가 있고, KDB생명은 장기간 산업은행 관리 아래 정상화 작업을 이어온 만큼 이제는 민간 경영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매각 방식은 국가계약법 등에 따른 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되며, 원칙적으로는 보유 지분 전량을 넘기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산업은행이 내세운 ‘유연한 거래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지분을 일괄 매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수자가 원할 경우 사전에 자본 확충 방안까지 협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보험사는 자본건전성 규제를 꾸준히 맞춰야 하는 업종이어서, 인수 이후 추가 자금 부담이 얼마나 될지가 거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산업은행도 그동안 KDB생명의 구조적 손실을 줄이고 강화된 보험 자본규제 비율을 맞추기 위해 증자와 후순위채 인수 방식으로 약 2조1천억원을 지원해왔다.
KDB생명 매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산업은행은 2014년 이후 모두 여섯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성사되지 않았고, 지난해 3월에는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해 직접 관리 체제를 강화했다. 산업은행은 이번 지분 매각과 별도로 상품 수익성 개선, 판매 채널 역량 강화 등 현재 진행 중인 정상화 작업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거래의 관건은 잠재 인수자가 보험사의 수익성 회복 가능성과 자본 부담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국내 보험업 재편 속도와 공적자금 회수 논의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