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부가 인공지능 확산으로 급증한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부담을 일반 가정에 넘기지 않기 위해, 데이터센터에 별도의 전기요금 체계를 적용해 더 높은 전기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16일 블룸버그 통신과 현지 방송 타이PBS 등에 따르면,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전날 국가에너지정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런 방침을 확정했다. 핵심은 데이터센터를 가정용 전력 체계와 분리해 따로 요금을 매기는 것이다. 태국 정부는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들의 투자를 적극 유치해 왔지만, 동시에 데이터센터가 대규모로 들어서면 전력 수요가 급증해 가정용과 공공 부문의 전기요금까지 밀어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태국 에너지부는 특히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추가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액화천연가스 가격 등 화력발전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데이터센터 때문에 더 필요해진 발전 비용을 해당 산업이 더 많이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거둬들인 추가 전기요금 수익은 가로등 같은 공공 전력 사용 부담을 낮추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당국은 이르면 다음 달 데이터센터 전용 전기요금 수준을 정할 계획이다.
태국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와 함께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처로 주목받아 왔다. 2022년 아마존이 최소 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구글은 2024년,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 각각 10억달러 규모의 태국 내 데이터센터 투자를 공개했다. 다만 이런 투자는 일자리와 인프라 확충이라는 이점을 주는 반면, 막대한 전력과 물을 지속적으로 소모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용 논란도 함께 키우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뉴욕타임스가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 PJM의 최근 전력 용량 경매 결과를 분석한 결과, 미 동부·중부 13개 주와 워싱턴DC의 소비자가 2024년 이후 데이터센터로 인해 떠안은 전기요금 부담이 약 29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뉴욕주는 지난 14일 미국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1년 유예하는 정책을 도입했고,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공공요금 인상과 천연자원 고갈 우려에 대응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호주 정부도 데이터센터가 소비 전력보다 더 많은 전력을 공급하고 물 사용량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내용의 인공지능 규제 법안을 2027년 초 의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결국 각국 정부는 인공지능 산업 투자를 끌어들이면서도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있다. 태국의 이번 조치는 데이터센터를 미래 성장산업으로 인정하되, 전력망 부담과 공공요금 상승 위험은 산업 쪽에 더 많이 지우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이 계속되더라도 전기요금, 전력망 투자, 자원 소비 규제가 함께 강화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