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6개월째 이어지면서 걸프 경제가 호르무즈 해협 의존을 낮추는 우회 체계로 재편되고 있다.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로가 흔들리자 에너지, 항공·관광, 금융·무역망 전반이 충격을 나눠 받는 구조로 바뀌는 흐름이다.
AP통신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이후 중동 질서가 바뀌었지만, 그 방향은 두 나라가 기대한 것과 달랐다고 전했다. 이란 정권은 붕괴하지 않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로 삼았다. 걸프 산유국들은 수십 년간 의존해온 미국 안보 우산의 빈틈을 확인하며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한국 독자에게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에너지 수송로에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2025년 하루 평균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이동했다. 세계 해상 원유 무역의 약 25%가 이 통로를 지나며,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의 LNG 수출도 대부분 이 해협을 거친다.
호르무즈 해협은 아직 정상 통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AP통신은 이란과 오만이 25일 선박 통행을 관리할 임시 항로와 지뢰 제거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해협은 대부분 막힌 상태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본지도 앞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폐쇄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이란은 미국의 약속 이행과 전쟁 종식, 봉쇄 해제, 예멘 문제 해결을 해협 재개방 조건으로 제시했다.
우회로는 일부 존재한다. IEA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일부 원유 수출 경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은 원유 수출의 상당 부분을 여전히 해협에 의존한다.
걸프 경제의 변화는 물류망을 완전히 바꾸는 선택이라기보다 특정 병목에 걸린 위험을 나누는 대응에 가깝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기존 우회 수출 경로의 활용도를 높이고, 오만은 항로 관리 협상에 나서는 방식으로 충격을 분산하고 있다.
관광과 항공은 충격이 먼저 드러난 분야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는 3월 11일 이란 분쟁으로 중동 여행·관광 부문이 국제 방문객 지출에서 하루 최소 6억 달러(약 8292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추산했다.
WTTC는 8월 6일 발표한 경제영향연구에서 중동 여행·관광 국내총생산(GDP)이 2026년 14.5% 줄어 3300억 달러(약 456조600억원)로 내려갈 것으로 봤다. 전쟁 충격이 단기 방문 수요와 소비 지출을 동시에 누르고 있다는 평가다.
두바이 국제공항의 상반기 수치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두바이공항은 26일 발표에서 2026년 상반기 두바이 국제공항 여객 수가 315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31.3% 줄어든 수준이다.
다만 월별 흐름은 2분기 들어 개선됐다. 2분기 여객 수는 1300만명으로 집계됐고, 월별로는 4월 350만명, 5월 450만명, 6월 500만명으로 늘었다. 회복 조짐은 있지만 상반기 감소폭은 여전히 크다.
금융시장도 외교 뉴스에 흔들렸다. 로이터는 11일 미국과 이란의 합의 기대가 약해지자 걸프 증시가 하락했다고 전했다. 두바이 주가지수는 0.4%, 아부다비 지수는 0.8% 내렸고, 같은 보도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87.51달러를 기록했다.
제재 압박은 걸프 경제의 연결망도 바꾸고 있다. AP통신은 24일 UAE가 이란과의 금융·무역 거래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UAE는 이란의 수입품 공급과 국제 결제 통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왔다.
미국의 대이란 경제 압박도 금융·무역망 재편을 밀어붙이는 요인이다. 본지는 미국 재무부가 이란 원유 수입원과 금융 연결망을 겨냥한 경제 압박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 조치는 이란 자체뿐 아니라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네트워크까지 겨냥한다.
걸프 경제는 전쟁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다만 지금 나타나는 변화는 단순한 경기 위축보다 구조 조정에 가깝다. 에너지 수송은 우회로를 넓히고, 항공·관광은 수요 회복 속도를 확인하며, 금융·무역은 이란과의 연결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