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위 시가총액 기업 10곳 중 4곳이 대덕특구 소재 기업으로 확인되면서, 정부 주도 기술사업화 정책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20년 전 시작된 연구개발특구 육성 정책이 첨단기술 중심 기업을 시장의 주역으로 끌어올린 결과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하 특구재단)에 따르면 알테오젠, 레인보우로보틱스, 펩트론, 리가켐바이오 등 대덕연구개발특구 안에서 성장한 4개 기업이 코스닥 시가총액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단순한 지방의 성과가 아니라, 고기술 기반 기업이 국가 산업구조 재편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특구재단은 2005년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설립돼 공공 연구성과의 기업 이전, 연구소기업 설립, 첨단기술기업 발굴, 규제 특례 부여 등 다양한 제도적 지원을 담당해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 고기술 기업 간 협력 생태계가 형성됐고, 이는 기술의 빠른 사업화와 고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졌다.
실제로 특구재단의 지원을 받은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은 2005년 8천500억 원에서 2024년 7월 기준 72조9천억 원으로 약 8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특구 내 전체 기업의 연간 매출은 2조6천억 원에서 81조2천억 원으로 성장했으며, 고용 인원도 약 24만 명 가까이 늘어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대덕특구는 판교 테크노밸리와 더불어 한국의 대표 혁신클러스터로 꼽히지만, 정보통신과 IT 서비스가 중심인 판교와 달리 바이오, 인공지능, 항공우주 등 딥테크(심층 기술) 분야에서 독자적인 역량을 강화해왔다. 현재 1만8천여 명의 박사급 인력이 활동 중이며, 국가 연구개발 예산의 약 29%가 이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특구재단은 향후 고기술 기반 딥테크 기업에 대한 펀드 조성 등 중장기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수준의 혁신 클러스터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방향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 도시의 자립 기반을 키우는 ‘분산형 국가성장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비수도권 기술 중심 도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한국형 실리콘밸리 구축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향후 전국의 강소특구와 광역특구를 연계한 혁신 네트워크가 촘촘히 구축된다면, 지역 단위 성장모델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