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코스피 지수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이후 투자자 심리가 엇갈리면서, 업종별 온도차를 보이는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전반적인 증시 흐름은 제한적이지만, 일부 반도체와 조선업 관련 종목에 대해선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일 코스피는 장중 3,165선을 저점으로 반등해 3,187.16으로 마감하며 소폭 상승했다. 장 초반 3,185.87로 출발한 지수는 장중 한때 하락세를 보였지만, 오전 10시 무렵 3,189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후 지수는 3,180선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등 뚜렷한 방향성 없이 등락을 반복하며 거래를 마쳤다. 개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각각 608억 원과 278억 원 규모를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2,046억 원을 순매도해 지수 상승을 억제했다.
이번 주 증시의 핵심 변수 중 하나는 엔비디아 실적이다. 엔비디아는 2025년 2분기(5~7월) 매출 467억4천만 달러(한화 약 65조 원), 주당순이익 1.05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시장 전망치를 소폭 웃도는 성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3%대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데이터센터 부문의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분석과 함께, 실적 발표 전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되면서 '셀온(sell-on)'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이번 실적 발표의 여진에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수급 경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거품이라는 일부 우려 속에, 투자자들은 실적과 앞으로의 수요 전망을 더욱 신중하게 따져보려는 분위기다.
이날 열리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4%가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3.5%로,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조선업종에는 긍정적인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 소식, 그리고 한미 간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며 관련 주식들에 대한 투자자 반응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술 경쟁력과 수주 실적을 기반으로 조선업 전반에 걸쳐 상승 모멘텀이 형성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은 AI 기술에 대한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가운데, 업종별 성과에 따라 주가 움직임이 달라지는 ‘차별화 장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조선, 금융업 등 주요 업종의 개별 이슈가 증시의 단기 방향성을 가를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