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9월 1일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의 분위기 전반도 위축되며 코스피 지수 역시 동반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01% 내린 6만7천6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낙폭이 더 커 4.83% 하락한 25만6천원까지 떨어졌다. 두 종목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실제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1.35% 내렸다.
이번 주가 하락의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 양측에서 동시에 발생한 반도체 관련 정책 변화와 산업 동향이 자리하고 있다. 먼저 미국 정부는 지난 8월 29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rified End User, VEU) 프로그램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사실상 해당 업체들이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별도 허가 없이 수입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로, 중국 내 생산 거점 운영에 차질을 줄 수 있다.
미국은 지난 2022년부터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견제를 위해 기술 수출 규제를 강화해왔다. 특히 미 상무부는 자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가 중국에 이전되는 것을 제한했는데, VEU 프로그램은 일부 기업에 대해 이러한 장비 수출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중국 내 공장에서의 생산 유지를 위해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왔기에, 이번 제외 조치로 인해 향후 전략 조정이 불가피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더해 또 다른 변수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 행보다. 중국 최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인 알리바바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칩을 공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의 긴장감이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알리바바의 새 AI 칩이 다양한 AI 작업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 확장성이 뛰어나며, 이는 그간 엔비디아에 주로 의존했던 알리바바가 독자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국내 산업, 특히 메모리 반도체에 주력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부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투자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NH투자증권 류영호 연구원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미국 진영에 대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국내 메모리 칩에 대한 투자심리도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장기적인 구조 변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채민숙 연구원은 “기술 규제 강화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메모리 반도체는 이미 세계적으로 공급망이 분산돼 있어 미국이 이를 완전히 재편하는 데는 제한이 있다”며 “지금과 같은 우려는 단기적 주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해소될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얼마나 장기화되느냐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의 전략과 주가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산업구조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변화 속에서 각 기업의 대응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