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상장기업들의 주식 액면분할이 큰 폭으로 늘면서, 개인 투자자 유입을 유도하려는 시장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액면분할 건수는 1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20% 증가하며 12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액면분할은 기존 주식의 액면가를 나눠 주식 수는 늘리되, 총 자본금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주당 가격이 1천 엔인 주식을 2대1로 분할하면 주당 가격은 500엔이 되지만 주식 수는 두 배로 늘어난다. 이처럼 체감 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가격이 높아 접근이 어려웠던 종목들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도 쉽게 투자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로 활용된다.
일본의 주식거래 관행상, 1주 가격에 표준 매매 단위인 100주를 곱한 금액이 최저 투자액이 된다. 주가가 높은 기업의 경우, 최소 투자금액이 수백만 엔에 이를 수 있다. 예컨대 유니클로로 잘 알려진 패스트리테일링의 경우, 1주 가격이 약 4만5천 엔으로, 이 회사에 투자하려면 약 456만 엔, 한화로는 4천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 이 같은 고가 주식은 일반 개인 투자자에게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 4월부터 상장사들을 상대로 주식 최저 투자액을 10만 엔 수준까지 낮출 수 있도록 액면분할을 권장해 왔다. 이러한 시장 유도 정책은 최근의 액면분할 확대로 이어졌으며, 특히 소매업, 외식업 등 내수 소비와 밀접한 업종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닛케이신문은 액면분할 발표 당시 주가가 높아 최소 투자액이 50만 엔을 넘어섰던 사례들이 다수였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 시장의 주식 최저 투자액 평균은 약 20만 엔으로, 10년 전과 비교해도 4만 엔가량 낮아졌지만 여전히 개인 투자자에게는 진입장벽이 있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단순한 액면분할 외에도, 매매 단위 자체를 재조정하는 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저축에서 투자로’의 정책 방향성과도 맞물려 있다. 일본 정부는 가계의 금융자산을 예금 위주에서 주식 투자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액면분할 확대는 이 같은 환경 조성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향후 투자 대중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