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의 상선 통항을 전면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17일 미국 뉴욕증시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나 강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중동발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한풀 꺾이자 투자자들은 유가 안정과 지정학적 긴장 완화 가능성에 주목했고, 주요 지수는 일제히 최고치 경신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868.71포인트, 1.79% 오른 49,447.43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는 84.78포인트, 1.20% 상승한 7,126.06으로 마감해 처음으로 7,100선을 넘어섰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365.78포인트, 1.52% 오른 24,468.48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나스닥은 1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992년 이후 가장 긴 연속 상승 기록을 세웠다. 경기 민감주 흐름을 보여주는 러셀2000 지수도 2.11% 올라 3개월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시장 반응의 핵심 배경은 호르무즈 해협이었다. 이 해협은 중동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해상 통로여서, 이곳의 봉쇄 가능성만으로도 국제 유가는 급등하고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 계정을 통해 레바논 휴전 상황을 반영해 남은 휴전 기간 모든 상선의 항해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는 폐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언급했다. 이 소식은 이번 주말 재개가 예상되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에도 진전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
에너지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0.38달러로 전장보다 9.1% 떨어졌고, 5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3.85달러로 11.5% 급락했다. 유가 하락은 연료비 부담이 큰 업종에 곧바로 호재로 작용했다. 로열 캐리비언 크루즈는 7.34%, 유나이티드항공은 7.12%, 사우스웨스트항공은 5.09% 올랐다. 반면 국제 유가 하락은 에너지 기업의 수익성 기대를 낮추는 요인인 만큼 엑손모빌은 3.65%, 셰브런은 2.21% 내렸다. 시장의 불안 심리를 보여주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 이른바 공포지수는 장중 16.87까지 내려가며 2월 1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넷플릭스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리드 헤이스팅스 공동창업자의 회장직 사임 소식이 겹치며 9.72% 급락했다.
다만 금융시장이 반색한 것과 실제 해상 운항의 정상화는 아직 같은 속도로 진행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양 전문 투자사 마레 리베룸의 에릭 베텔 파트너는 선사들이 여전히 매우 높은 전쟁 위험 보험료와 잠재적 기뢰 위협, 봉쇄 해제 조치의 실질적 이행 여부라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이번 반등은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선반영한 성격이 강하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과 이란의 협상 진전, 실제 선박 운항 회복 속도, 국제 유가의 안정 여부에 따라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현장의 위험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