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미국 금리 급등과 반도체 업종 조정, 중동 정세 변수까지 한꺼번에 겹치면서 큰 폭의 장중 흔들림을 겪었지만, 장 막판 낙폭을 대부분 만회하며 7,500선 위에서 다시 버텼다.
19일 국내 증시는 최근 이어진 급등 부담과 대외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변동성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에 시장의 시선이 쏠렸다. 전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2.86포인트(0.31%) 오른 7,516.04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흐름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수는 7,443.29로 출발한 뒤 장 초반 한때 7,142.71까지 밀렸고, 이는 직전 거래일 장중 최고치인 8,046.78보다 900포인트 넘게 낮은 수준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2거래일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을 잠시 멈춰 급격한 쏠림을 완화하는 장치다.
이번 조정의 배경에는 미국발 금리 충격이 자리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이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난 데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불안이 다시 커졌고, 그 여파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긴축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특히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4.5%를 웃돌자, 그동안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와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강하게 출회됐다. 국내 증시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8거래일 연속, 총 35조7천억원 규모를 순매도하는 등 부담이 컸다.
반도체 업종 투자심리를 더 약하게 만든 것은 인공지능 수요 확대가 곧바로 실적 급증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였다.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시게이트 최고경영자 데이브 모슬리가 제이피모건 기술 콘퍼런스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응한 신규 증설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시장이 기대해온 공격적 증설 시나리오에 제동이 걸렸다. 투자자들은 이를 단순한 공급 지연보다 성장성 둔화 가능성, 다시 말해 반도체 경기 사이클이 정점을 통과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 결과 간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32% 올랐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0.07%, 0.51% 내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장중 급락 후 2.47%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국내 시장은 장 후반 들어 일부 안정을 찾았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생산 차질로 번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한 데다, 이재명 대통령이 노동권과 함께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언급하고 법원이 삼성 노조의 위법쟁의와 관련한 가처분을 일부 인용한 점이 반도체주 반등의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여기에 개인 매수세가 이어지고 선물 수급도 일부 유입되면서 지수는 7,500선을 회복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장 마감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예정된 공격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지정학적 긴장이 다소 누그러졌고, 위험자산 전반의 낙폭도 축소됐다.
다만 시장은 당분간 높은 일중 변동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200 야간선물이 1.88% 하락한 점은 단기 불안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정을 상승 추세 훼손보다는 과열 해소 국면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미국과 이란이 다시 협상 모드로 기울고 있고, 21일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처럼 반도체 투자심리를 다시 점검할 주요 일정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금리와 지정학, 반도체 실적 기대가 서로 맞물리며 흔들림을 키울 수 있지만, 핵심 변수들이 안정 쪽으로 움직일 경우 국내 증시가 재차 상승 방향을 모색할 가능성도 함께 열어두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