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이 29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근거로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을 높여 잡고 목표주가도 기존 300만원에서 380만원으로 올렸다.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가 메모리 수요를 예상보다 더 강하게 끌어올리면서, 당분간 업황 개선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KB증권은 현재 메모리 시장이 단순한 반등 국면이 아니라 구조적인 공급 제약 속에서 가격이 오르는 흐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2분기 기준 고객사의 메모리 수요 충족률이 50% 수준에 머물고 있고, 디램과 낸드 가격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6년 메모리 수급은 올해보다 공급 부족이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규 생산능력 확대가 고대역폭메모리, 즉 HBM처럼 인공지능용 고성능 제품에 집중되면서 범용 메모리 공급은 빠르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이 같은 전망의 배경에는 인공지능 산업의 급격한 팽창이 있다. KB증권은 에이전틱 인공지능 확산으로 앞으로 1년 동안 토큰 사용량이 7배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토큰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문장을 이해하고 만드는 데 쓰는 최소 단위로, 사용량이 늘수록 서버와 반도체 투자가 커진다. 여기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연간 1천조원 규모의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를 집행하면서, 메모리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하반기 출시가 예정된 엔비디아의 베라 루빈 플랫폼에서는 메모리 원가 비중이 블랙웰보다 금액 기준 5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이런 판단을 뒷받침한다.
실적 추정치도 이에 맞춰 상향 조정됐다. KB증권은 SK하이닉스의 2026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277조3천100억원에서 280조2천950억원으로 1.1% 높였고, 2027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454조2천250억원으로 직전보다 6% 올렸다. 시장에서는 제시된 이익 규모가 실제 회사 실적과 비교해 과도하게 큰 수치인지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을 수 있지만, 증권사가 전달하려는 핵심은 메모리 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28일 종가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장보다 2.05% 오른 228만9천원이었다.
KB증권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아직 상승 사이클의 초입에 있다고 평가했다. 메모리 업황을 마라톤에 비유하면 이제 5킬로미터 지점을 지난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인공지능 투자 확대, 고대역폭메모리 중심의 공급 재편, 범용 메모리의 제한된 증설이 맞물리면서 SK하이닉스의 실적과 기업가치가 함께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인공지능 서버 투자 속도와 메모리 공급능력 확충 여부에 따라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