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ADBE)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분기 실적과 연간 가이던스 상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주가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댄 던의 퇴진 소식이 겹치면서, 실적 호조보다 ‘경영진 공백’과 인공지능(AI) 전략 전환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반영된 모습이다.
어도비는 12일(현지시간) 회계연도 2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이 5.96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 5.82달러를 웃돈 수치다. 매출은 66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으며, 예상치 64억5000만달러도 넘어섰다. 원화로는 약 10조591억 원 규모다.
하지만 같은 날 회사는 댄 던 CFO가 6월 15일부로 회사를 떠난다고 발표했다. 후임은 고객경험 오케스트레이션 사업부 CFO이자 기업 재무 담당 수석부사장인 스티브 데이가 임시로 맡는다. 댄 던은 약 5년간 CFO를 맡아왔으며, 회사는 그의 퇴사를 새로운 ‘직업적 기회’를 찾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CEO 이어 CFO까지…투자자 불안 키운 리더십 변화
이번 소식은 산타누 나라옌 CEO의 퇴임 계획 발표 후 불과 3개월 만에 나왔다. 나라옌은 후임자가 정해지는 대로 올해 안에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18년간 어도비를 이끌며 패키지 소프트웨어 중심 사업을 구독형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전환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어도비 주가는 정규장에서 이미 6% 넘게 하락한 데 이어, 시간외 거래에서 5% 이상 추가 하락했다. 실적 자체보다 ‘연속된 핵심 경영진 이탈’이 더 큰 악재로 해석된 것이다.
AI 수요는 강했다…다만 수익화 속도는 늦춘다
어도비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연간 매출 전망도 상향 조정했다. 기존 259억달러~261억달러에서 265억달러~266억달러로 높였다. 시장 예상치인 261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현재 분기 가이던스도 조정 EPS 6.05달러~6.15달러, 매출 66억7000만달러~67억2000만달러로 제시해 월가 전망을 상회했다.
나라옌은 콘퍼런스콜에서 이번 성과가 ‘강한 AI 수요’에 기반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회사 전략도 바꾸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유료 전환보다 먼저 사용자를 대규모로 확보하는 ‘프리미엄(freemium)’ AI 서비스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연간 반복 매출(ARR)에 부담을 줄 수 있다. ARR은 구독형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장성과 AI 투자 회수 속도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여서 투자자들이 특히 민감하게 보는 수치다.
사용자 수는 급증…장기 성장 카드에 베팅
어도비는 단기 수익성보다 사용자 기반 확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분기 어도비 아크로뱃과 익스프레스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8억5000만명으로 늘었다. 1년 전 7억명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크리에이티브 프리미엄 사용자도 같은 기간 5000만명에서 9000만명 이상으로 확대됐다.
나라옌은 장기적으로 아크로뱃과 익스프레스 사용자를 ‘수십억명’ 수준까지, 크리에이티브 제품군 사용자도 수억명대로 키울 수 있다고 봤다. 진입 장벽을 낮춘 무료 기반 AI 서비스가 결국 더 깊은 이용과 높은 생애가치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댄 던 역시 마지막 콘퍼런스콜에서 이 전략이 단기 ARR에는 부담이 되겠지만, 사용자 유입과 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올바른 선택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실적보다 ‘전환기의 신뢰’
어도비의 이번 분기 숫자만 놓고 보면 분명 견조했다. 매출, 이익, 가이던스 모두 시장 기대를 넘겼고 AI 수요도 확인됐다. 다만 시장은 지금 어도비를 ‘좋은 실적을 낸 기업’이 아니라, CEO 교체와 CFO 이탈이 동시에 진행되는 전환기의 기업으로 보고 있다.
결국 투자자들의 시선은 AI 전략의 성패보다도, 이 전략을 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지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어도비가 늘어난 사용자 수를 실제 수익으로 연결해낼 수 있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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