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키우면서 18일 국내 증시는 상승 탄력이 꺾일지, 아니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넘어설지 갈림길에 섰다.
전날인 17일 코스피는 137.64포인트(1.58%) 오른 8,864.24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치였고, 9,000선까지는 135.76포인트만 남겨둔 상태다. 이날 상승은 개인과 기관이 각각 5천430억원, 5천77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린 영향이 컸다. 반면 외국인은 9천923억원을 순매도하며 4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를 앞두고 경계 심리가 커진 흐름이 국내 수급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의 버팀목은 반도체였다. 장 초반 약세를 보이던 삼성전자는 1.02% 올라 마감했고, 에스케이하이닉스는 5.84% 상승했다. 특히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장중 처음으로 250만원 선을 넘었고, 252만1천원에 거래를 마쳐 기존 장중 최고가 기록도 새로 썼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한 점, 그리고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의 24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투자은행이 목표주가를 잇달아 올린 점도 반도체 투자심리를 떠받친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밤사이 미국 증시는 연준의 통화정책 신호를 소화하며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9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21%, 나스닥종합지수는 1.34% 각각 하락했다. 이번 FOMC에서 연준 위원들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연내 1회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6월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연내 1회 금리 인상 쪽으로 시각을 바꿨다. 점도표(연준 위원들이 예상하는 정책금리 수준을 점으로 표시한 자료)에서는 연내 1회 이상 금리 인상을 본 위원이 9명에 달했고, 이 가운데 6명은 두 차례 이상 인상을 시사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이날 2% 물가 목표를 다시 손볼 가능성에 선을 그으며, 물가안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전까지는 목표를 재검토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연준이 경기보다 물가를 더 우선하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한 점도 시장 불안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해왔던 만큼, 이번 발언은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로 읽혔다. 금리선물 시장에서도 긴축 전망은 빠르게 강화됐다. 시카고상업거래소 페드워치툴 기준으로 12월까지 연준이 한 차례 이상 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뉴욕증시 마감 무렵 86%까지 올라 하루 전의 60%보다 크게 높아졌다. 같은 시각 2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4.21%로 전장보다 0.17%포인트 뛰었고, 달러 인덱스는 100.45로 0.9% 급등했다. 미국 5월 소매판매도 전월 대비 0.9% 증가해 시장 예상치인 0.5%를 웃돌면서, 미국 경기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인식과 함께 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국내 증시를 둘러싼 단기 투자심리는 다소 약해진 상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와 신흥시장 상장지수펀드는 각각 0.40%, 0.12% 하락했고, 코스피200 야간 선물도 1.49% 내렸다. 다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장중 급등 폭을 줄이긴 했지만 1.38% 상승 마감해 반도체 업종의 상대적 강세는 유지됐다. 시장에서는 이날 국내 증시가 금리 부담과 최근 연속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으로 약세 출발할 가능성을 크게 보면서도, 반도체 같은 주도주가 낙폭을 줄이며 지수를 떠받칠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내놓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의 추가 물가 지표와 연준 인사들의 발언, 그리고 반도체 업황 기대가 어떻게 맞물리느냐에 따라 코스피의 9,000선 도전 시점이 앞당겨질지, 아니면 숨 고르기가 길어질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